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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새해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을 배제한 채 두 정당은 각자 의원총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인준한 뒤 7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법정처리시한(2일)을 넘긴 예산안이 9일 정기국회 종료 전에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소수 정당에 등을 돌려 정국 경색의 심화를 자초한 대목은 아쉽다.

예산안을 볼모로 잡은 야 3당의 연계 처리 주장은 애초 무리수였다.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개혁특위에서 12월 말까지 논의키로 합의한 사안이다. 때문에 시급성 측면에 비춰 봐도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가 우선이었다. 그렇다고 야 3당만 비판할 일도 아니다. 야당이 쟁점 현안을 예산안과 연계시켜 여당 독주에 제동을 걸면 여당은 못이기는 척 양보해서 교착국면을 해소해 왔던 관행을 고려하면 말이다. “정치 현안과 예산안 처리의 연계는 오랜 관행”이라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지적처럼 보수정권 아래서 연계 전략을 최대한 활용했던 정당이 민주당이다. 예산안 연계 처리 불가만 외치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어야 할 이유다.

더구나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 약속 폐기 논란을 자초해 야 3당의 보이콧에 빌미를 준 책임이 크다. “선거제도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 입장을 발표했던 민주당은 “소수 정당만 좋은 일 시킨다”는 당내 반발에 다시 소극적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예산안 처리와 선거법 개정을 연계한 야 3당의 요구를 일축한 민주당이 결국 다수당의 기득권 앞에서 한국당과 이해가 일치했던 셈이다.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배제된 야 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기투합으로 ‘더불어한국당’이 탄생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향후 민생ㆍ개혁 법안 처리에서 이전처럼 야 3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이 연말까지 가동하는 정개특위에서도 예산안 처리 때처럼 소수 정당을 외면한다면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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