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철거민 극단적 선택…끝나지 않는 재개발 고통

입력
2018.12.0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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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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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아현동 철거민이 처지를 비관, 끝내 극단적 선택을 내렸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한강 망원지구에서 투신한 아현2동 철거민 박모(37)씨가 4일 오전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5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9월 재개발 지역인 아현2구역 강제집행 이후 3개월 이상 일정한 주거 공간 없이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하며 노숙인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 30일 임시로 머물던 공간마저 강제집행으로 철거되자 38시간 가량을 거리에서 헤맸다. 유서에는 3번의 강제집행으로 인한 고통과 철거현장에 남겨진 어머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현2구역 철거민들은 앞서 토지 감정평가액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마포구청을 규탄해왔다. 지난달 21일에는 한 철거민이 재건축 중인 건물에 올라가 6시간 동안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유족 의사를 확인한 뒤 박씨의 부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마포구청 앞에서 아현2구역의 인ㆍ허가권자이자 관리감독권자인 마포구청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 연대는 “용산참사 10주기를 앞둔 지금 강제철거로 인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재개발구역과 달리 철거민 이주대책 관련법이 전무한 재건축구역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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