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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최근 참모들에 잦은 불만 표출
능력 부족에 사명감 결여 참모 자격 없어
靑,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질 자세 돼 있나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다. 국정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수석보좌관회의인데 다들 입을 닫아 버리면 잘못된 게 나가 버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마치고 처음 소집한 회의에서 “대통령 참모가 아니라 국민의 참모라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무작정 받아쓰기만 하지 말고, 계급이 낮은 배석자도 소신 있게 발언하고, 정해진 결론이 없으니 자유롭고 활발하게 토론하자는 주문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의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경험에서 나온 조언과 바람이었을 것이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크게 실망한 듯하다. 1일 뉴질랜드행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등 “국내 문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순방 전에도 수석보좌관 회의를 3주 연속 걸렀다. 국정운영의 출발점이라고 누누이 강조한 회의를 마다한 것은 참모들에 대한 ‘무언의 경고’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참모진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불만은 진작부터 표출됐다.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기후환경비서관실이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하자 “작년과 뭐가 달라졌느냐”고 질책해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한다.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참모에게 수차례 “이게 정말 맞느냐”고 다그치기도 했고, 부실한 대책에 ‘추가 보고’를 요구하는 사례도 잦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부’를 지향한다. 다소간의 논란에도 ‘촛불 혁명’의 요구를 빠르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은 5년 단임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관료제 저항의 돌파구로 ‘청와대 정부’를 선택해 왔다. 문제는 임기 초반에는 속도감 있는 추진으로 성과를 거두지만 시간이 지나면 청와대 비서 권력 과도화에 따른 부작용과 대통령 업무 과부하가 커진다는데 있다.

현 청와대 참모진의 가장 큰 결점은 능력 부족이다. 대표적인 국정 실패로 거론되는 경제분야에서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최저임금 정책을 분석해 집행에 문제는 없는지, 국민 갈등 요인은 없는지 파악했어야 했는데 이를 간과했다. 12년 전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광풍’을 방치한 김수현 사회수석은 이번 정부에서 또다시 아파트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도 경제 컨트롤타워가 됐다.

소임을 방기한 채 권력을 이용해 ‘자기 정치’에 바쁜 참모들의 행태도 개탄스럽다. ‘전방 선글라스 시찰’ 논란을 일으킨 임종석 비서실장은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으로 평지풍파가 일어났을 때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며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는 감상적인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학 후배이자 자신의 밑에서 일한 측근의 물의에 사과부터 하는 게 마땅했다. 비서실장 시절 업무 스트레스로 치아를 10개나 뽑아야 했던 문 대통령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정부 출범 이후 숱한 인사 검증 실패로 오점을 남긴 조국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도 올바른 처신이라 보기 어렵다. 특별감찰반원들의 비위는 민정수석실 조직 관리에도 오점을 남긴 셈이다.

청와대의 잇단 기강 해이는 도덕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정부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역대 정부에서 레임덕이 시작된 시점은 측근들의 비리와 도덕성 추락과 때를 같이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동안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기대 호사를 누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력은 기본이고 더 나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없으면 참모로서 자격이 없다. 임 실장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보낸 ‘뒷북 서신’은 별 감흥이 없지만 단 한 구절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 있다.” 지금 청와대 참모들은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질 자세가 돼있는지 묻고 싶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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