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사투리 같은 표준어

입력
2018.12.03 04:40
29면

우리말에는 사투리처럼 느껴지는 표준어들이 많이 있다. ‘거시기’, ‘시방’, ‘아따’, ‘걸쩍지근하다’, ‘증하다’ 등은 호남 방언처럼 느껴지지만 모두 표준어다. ‘거시기’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이고 ‘시방(時方)’은 ‘지금’을 뜻하는 부사이며 ‘아따’는 무엇이 못마땅해 빈정거릴 때 내는 감탄사이다. 또한 ‘걸쩍지근하다’는 ‘말이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 혹은 ‘다소 푸짐하고 배부르다’는 의미의 형용사이고 ‘증하다’는 ‘모양이 지나치게 크거나 괴상해 보기에 흉하고 징그럽다’는 의미의 형용사이다. ‘증하다’는 흔히 ‘징하다’ 형태의 사투리로 사용되는데, ‘징하다’는 사전에 ‘속이 저릿하도록 울리다’는 의미의 북한어로 등재되어 있다.

‘욕보다’와 ‘식겁하다’ 등은 영남 방언처럼 느껴지지만 표준어이다. ‘욕(辱)보다’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다’ 혹은 ‘몹시 고생스러운 일을 겪다’는 의미의 동사이고 ‘식겁(食怯)하다’는 ‘뜻밖에 놀라 겁을 먹다’는 의미의 동사이다. 하지만 ‘수고하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욕보다’는 표준어가 아닌 경남 방언이고 ‘혼나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시껍하다’는 경북 방언이다.

또한 ‘노느다’는 충청 방언처럼 느껴지지만 ‘여러 몫으로 갈라 나누다’는 의미의 표준어이다. ‘노느다’는 ‘노나’, ‘노느니’ 등으로 활용해 ‘친구들과 만두를 노나 먹었다.’와 같이 사용한다. 그러나 ‘나누다’의 의미로 사용하는 ‘노나다’는 충남 방언이다. ‘노나다’도 ‘노느다’처럼 ‘노나’로 활용돼 ‘노나 먹었다’와 같이 말할 수 있어서 ‘노나’가 표준어 ‘노느다’에서 활용된 것인지, 아니면 방언 ‘노나다’에서 활용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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