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취임 18개월 만에 반 토막 난 지지율
갈등 타개책 못 찾는 정책현안 수북
반대편 배려를 위한 변화 모색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무거울 것같다. 취임 후 80%대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취임 18개월만에 처음 40%대로 반 토막 났으니 말이다.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지만 9주 연속 하락은 위기 신호다.

문재인 정부가 배전의 위기감을 가져야 할 요인은 산재해 있다. 지지율 고공행진의 공신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다. 지지율 반등의 에너지를 공급하던 남북관계 역시 유의미한 진전에도 불구,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무산으로 동력과 관심이 전보다 못하다. 그럼 내치에서 점수를 따야 하는데 상황은 외치보다 더 나쁘다.

내치는 결국 경제ㆍ민생 문제로 귀결된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됐고, 경기 지수도 모두 하락세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 전망도 어둡다. 기업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위기감에 잔뜩 움츠러져 있다. 기업ㆍ가계 심리 지표는 정부 출범 후 최악이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안이 크다.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은 맞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다. 소득 격차, 청년실업, 비정규직, 자영업 문제는 악화일로다. 부동산시장은 언제든 폭발을 준비 중인 휴화산이다. 포용국가론을 꺼내고, 경제 투톱 ‘김&장’ 교체로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다. 최저임금 16% 인상 후유증 수습에 나섰으나 노동계 반발이 심하다. 새로울 것도 없는 규제 개혁에 소매를 걷어붙였지만 진보 진영의 저항에 직면했다. 생활적폐 청산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피로감만 높다. 20대, 영남, 자영업자들의 지지율 하락을 일컫는 ‘이영자’ 현상이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현실 인식은 안이하고, 대응은 정교하지 못하다. 뒤늦게 “옷깃을 여미자” 했지만 저잣거리에 아우성이 넘칠 때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며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 같은 ‘엉뚱한’ 언급을 할만큼. “경기가 침체나 위기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처럼 버젓이 체감 현실과 전혀 다른 말을 하니 국민들 속은 뒤집어질 지경이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다음 경제부총리가 이러니 문 대통령이 자동차ㆍ조선업 실적의 통계적 착시를 모른 채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라”거나 “세계가 우리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 같은 현실 괴리형 발언을 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 능력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내년이면 문재인 정부도 집권 3년 차다. 국정, 특히 경제ㆍ민생 분야에서 정책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사그라든 촛불 민심은 꺼질 게 뻔하다. 이어지는 21대 총선 결과도 장담할 수 없고, ‘20년 집권’은커녕 또 한 번의 그렇고 그런 진보 정권으로 머물다 끝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국정자문위원들 앞에서 부쩍 성과를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는 관점과 인식을 교정하고 보정하지 않으면 성과 도출은 어렵다. 특히 최저임금, 비정규직, 주 52시간, 일자리 정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은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재점검해 향후 국정운영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고 면밀한 준비와 부작용에 대한 대비 없이 불쑥 내놓았다가 뒷수습에 급급하거나, 단기 성과에 집착해 근시안적 처방에 의존하는 행태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변화는 문 대통령이 주도하고 추동할 수밖에 없다. 지지층 설득과 다독이기는 당연하지만 반대편에 선 이들을 배려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추구하는 가치와 서 있는 입장이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반대편 의견에 귀를 닫는다면 정책은 균형을 잃고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 제1 야당의 행태가 어이없어도 더 다가가야 하고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갑질 행태가 밉지만 기업과 기업인의 기를 살려 경제활력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노동자 권리 향상과 처우 개선만큼 지속 가능한 기업경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대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려는 변화의 노력으로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일까.

논설실장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