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 미쓰비시, 근로정신대에 1억~1억5000만원씩 배상”

입력
2018.11.29 20:00
수정
2018.11.29 20:59
4면

“日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한일청구권협정 적용대상 아냐”

정창희 등 강제징용 피해자 5명

대법 “8000만원씩 지급” 판결

법원, 관련소송 10여건 심리 중

전범기업의 배상 판결 잇따를듯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손해배상쳥구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손해배상쳥구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일본 전범기업의 대표격인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와 강제징용에 동원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결에 이어 다시 한번 일본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9일 양금덕(87) 할머니 등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재판부(주심 박상옥 대법관)가 이날 선고한 정창희(95)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피해자 5명에게 8,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파기환송 후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건 모두 최종 선고가 나오기까지 20년 안팎의 세월이 걸렸다.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푼 받지 못한 채 중노동을 한 양 할머니 등 4명은 1999년 3월 일본 법원에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격)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고, 2012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해 6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1944년 일본 히로시마로 강제징용돼 가혹한 노역을 한 정 할아버지 등 5명은 1995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역시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그러자 2000년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1, 2심 모두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2012년 원심을 파기환송했고, 부산고법은 2013년 7월 미쓰비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고 5명 대부분이 사망했다. 두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뒷거래를 통해 재판을 지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날 선고는 미쓰비시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자 근로정신대 소송에 대한 첫 확정판결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신일철주금에 대한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내린 판결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대법원 소부에서 같은 취지의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대법원은 선고 배경을 설명하며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으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에 따라 다른 관련 소송도 전범기업 측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부장 김한성)는 강제징용 피해자 김모(사망)씨 유족 3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1억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각급 법원에서 10여건이 심리 중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