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검찰... 내달 중순 양승태 소환 유력

입력
2018.11.27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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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ㆍ고영한 구속영장 청구 후

결과 보고 양승태 조사 가능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소환 조사 시기는 12월 중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주 내 사법농단 의혹 관련 공범으로 지목된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주말 고 전 대법관을 불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 의혹 무마 위해 재판 개입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 유출 의혹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법률신문 기사 대필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종전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한 두 차례 고 전 대법관을 더 부른 뒤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고 전 대법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박 전 대법관과 함께 구속 영장을 청구한 뒤 그 결과를 보고, 양 전 대법관을 불러 들일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사실상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고,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조사는 이후에 이뤄지는 것이 통상의 수사 진행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은 내달 셋째 주 정도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새롭게 드러난 ‘물의 야기 판사’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가한 부분까지 정리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이동원ㆍ노정희 대법관 등 일선 법원에 근무할 당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개입 과정에 연루된 현직 대법관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앞서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하고 닷새 뒤에 박 전 대법관을 포토라인에 세웠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근대적 사법제도가 도입된 갑오경장 이래 대법원장이 현직 시절 비위로 검찰 조사를 받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검찰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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