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앞둔 산업안전보건법도 ‘솜방망이 처벌’에 실효성 논란

입력
2018.11.22 04:40
7면

무면허 배달 지시한 중개업자

청소년 사망 사고 발생 땐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내지만

형사처벌도 안 받게 돼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배달원.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배달원.

10대 청소년의 배달 사망사고 같은 중대한 산업재해에도 처벌은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는 개정을 앞두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통해 배달 대행 중개업자에게 면허확인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지만,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개별 음식점 등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법이 개정된 후에도 무면허 배달을 지시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음식점 사장이라면 형사처벌은 받지만 벌금 30만원에 그치고 중개업자는 과태료는 상당히 내지만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 것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은 최근 배달 대행앱 등으로 늘어난 배달종사자에 대한 중개업자의 의무를 강화했다. 배달앱을 통하면 배달원이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규제 사각지대로 통했다.

산안법 개정안은 제78조를 새로 제정해 오토바이(이륜차)로 물건을 수거ㆍ배달하는 사람의 산재 예방을 위해 안전 및 보건조치를 하도록 했다. 향후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30분 내 배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면허를 확인하도록 중개업자의 의무를 강화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처벌은 과태료 1,000만원 이하로 설정할 예정이며 따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규칙이 마련돼도 무면허 청소년이 배달대행앱을 통해 일하다 난 사고에 대해선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배달대행 업체가 아닌 사업장에서 직접 무면허 청소년을 배달원으로 고용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그렇다고 해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30만원이 전부이다.

미약한 법적 테두리 속에 10대 청소년의 노동권은 소외 받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이 2015년 작성한 ‘배달앱 아르바이트 고용ㆍ노동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업에 종사하는 450명(15~34세 대상) 중 6.9%가 10대(15~19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은 해당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라고 답한 비율이 55.2%로 가장 높았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서’(20.7%)와 ‘오토바이 등 운전을 좋아해서’(13.8%)란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10대 배달원의 처우는 열악하다. 일당제 기준 30~34세 배달 아르바이트생(8만2,121원)에 비해 임금은 30%가량 적은 6만3,250원뿐이었다. 10대 배달 아르바이트생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8.6%로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장 낮은 25~29세(38.8%)와 비교하면 19.8%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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