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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은 청진 북쪽에서 함경북도를 종단하여 두만강을 감싸고도는 철도를 함북선(청암-나진, 326.9㎞)이라고 부른다. 함북선은 대부분 북한 중국 러시아 국경과 근접병행하기 때문에 동북아철도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노선이다. 함북선은 일제하에서 도문선 ‘북선선’ 등으로 불리며 일본열도-동해-한반도-만주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내력과 가치를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제는 1914년 4월 경원선을 완공하자마자 함경선(원산-회령, 626.5㎞, 표준궤 1,435mm) 부설에 착수했다. 동해안을 따라 두만강 국경까지 북상하는 함경선은 지배세력을 오지까지 확산하고 연선의 무진장한 광물 삼림 수산 등의 자원을 반출하는 임무를 띠었다. 일제는 이미 러일전쟁 때(1904~1905년) 청진-회령, 청진-나진, 함흥-서호진에 궤간 600mm 경편철도를 부설하여 군대병참을 수송하고 전후에 민간에 불하하여 객화운송에 활용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총독부는 1917년 11월 함경선의 청진-회령 구간을 새로 개통했다.

남만주태흥합명회사는 1919년 3월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아 도문경편철도(회령-상삼봉, 41㎞, 협궤 762mm)를 부설하고 1920년 4월부터 운수영업을 개시했다. 두만강유역과 간도의 개발 및 연결을 노렸다. 도문철도주식회사는 1921년 4월 ‘태흥회사’의 사업일체를 양수하고, 1922년 12월 상삼봉-종성(9.5㎞), 1924년 11월 종성-동관진(8㎞)으로 영업구간을 확장했다. 간도에서는 천도경편철도의 개산둔-용정(60.6㎞) 구간이 1923년 10월, 용정-조양천-연길(71.1㎞) 구간이 1924년 11월 개업했다. 모두 일본인의 사업이었다. 조선총독부는 도문선과 천도선을 직통으로 연결하기 위해 1927년 9월 상삼봉-개산둔에 철교를 가설했다.

조선총독부는 함경선이 모두 개통된 후 조선철도12년계획(1927-1938년)의 일환으로 도문선을 매수하여 도문서부선으로 개편하고 표준궤로 개축했다(1929.4-1933.10). 나아가 그 연장선으로 도문동부선을 건설했다(동관진-웅기, 230㎞, 1927.10-1933.8). 이로써 도문선(회령-상삼봉—동관진-남양-온성-훈융-아오지-웅기)은 국경지대의 방위와 개척 이외에 일본열도-유라시아대륙의 새 첩경이라는 전략적 사명을 띠게 되었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는 1932년 8월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아 웅라선(웅기-나진, 15.2㎞)을 부설하고 1935년 11월 개통했다. 일제가 청진 대신 나진을, 상삼봉 대신 남양을 각각 경도선(신경-도문, 528㎞)과 도문선의 종단항과 접속역으로 지정한 것을 감안한 노림수였다. 실제로 ‘만철’은 조선총독부와 협정을 맺어 1933년 10월부터 수성-회령, 회령-계림, 도문선, 청진-청진부두, 청진항 등 329㎞를 ‘북선선’으로 편성하고 직접 경영했다. 그렇지만 조선총독부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북선선’ 중 도문선을 제외한 구간은 1940년 3월 돌려줬다.

청진 나진 웅기는 ‘북선선’과 동해항로를 이어주는 항구였다. 당시 ‘북선3항’이라 불린 각 항구는 일본열도 특히 동해에 면한 후시키(伏木) 쓰루가(敦賀) 니가타(新潟) 항과 정기항로로 얽혀있었다. 일제는 일본열도-동해항로-‘북선3항’-‘북선선’-만주철도(경도선 도가선)를 관통하는 교통로를 ‘북선루트’라 부르고 1938년 8월 새 간선으로 지정했다. 나아가 동해항로에 취항한 여러 기선회사를 통폐합하여 1940년 2월 ‘일본해기선주식회사’라는 국책회사를 만들고 4,000톤급 선박(여객정원 700명 전후)을 빈번히 운항했다. ‘북선루트’는 주로 만주개척과 국경방위를 위한 군대와 이민을 많이 수송했는데, 이용자는 일본-한반도-만주 왕래자 전체의 2% 내외에 불과하여 부산경유(85%)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중국은 최근 무산철광과 동해항로 등을 노리며 남평진-무산, 삼합-회령에 새로 철도를 건설하고, 러시아에 이어 나진항(50년) 청진항(3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약 2,500억원을 들여 용정-개산둔-상삼봉 철도도 재건한다. 바야흐로 중국판 ‘북선루트’가 출현하는 셈이다. 일본 대신 중국이 함북선을 통해 한반도를 포위하는 형세는 틀림없이 남북철도 연결과 동북아철도공동체 실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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