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명꼴 배달하다 사망… 10대 산재의 근원

입력
2018.11.22 04:40
수정
2019.03.04 16:3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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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서 제외된 피해자 더 많을 듯

사망 86명 중 69명만 산재로 인정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배달원.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배달원.

청소년기에 산업재해로 사망한 대다수가 배달업 종사자일 정도로, 배달업은 10대 산재의 근원이다.

한국일보가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10대 배달원(퀵서비스기사 포함)으로 일하다 사망해 유가족이 유족급여를 청구한 건수는 총 86건이다. 8년 10개월 동안 어림잡아(산재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 청소년 86명이 배달일 도중 사망한 셈이다. 9년 기준으로 평균을 내면 한해 9.5명, 약 10명꼴이다. 부상으로 인한 산재 신청자는 4,523명에 달했다.

2016년 이후 산재를 신청한 10대 사망자 19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하면 16명이 배달하다 숨졌을 정도로 청소년 오토바이 배달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배달업이 아닌 일로 사망해 유가족이 산재신청을 한 3명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구의역 김군’(2016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지난해 제주 식품제조업체서 사망), 그리고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일한 태국 출신 노동자로 파악됐다.

10대 배달원들의 산재는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매년 사망자가 수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올해(10월까지) 유가족이 산재 신청을 한 10대 배달원 사망자는 5명(일부 사망 사고 시점은 지난해)인데, 1차로 산재 여부를 결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4월 제주에서 사망한 김은범(17)군 사건은 집계에 잡히지 않았다. 김군 사건은 아직 심리 중이다.

더구나 올해 7월에야 상시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까지 산재보험 혜택이 확대됐다. ‘상시근로자 1인 미만’이란 주말이나 하루 몇 시간만 근무하는 형태다. 즉 6월까지는 바쁜 시간에만 배달원 1명을 고용한 음식점에서 배달원이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던 셈이다. 오랫동안 더 많은 배달원 사고가 있었지만,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인 미만 사업장은 거의 없을 것인데, 그런 식의 통계 누락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10대 배달원 및 퀵서비스기사 산재 현황= 그래픽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10대 배달원 및 퀵서비스기사 산재 현황= 그래픽 송정근기자

10대 배달원 산재승인율을 보면, 사망자 86명 중 69명만 산재로 인정됐다. 승인율은 80.2%였다. 10대 배달원 부상자의 산재 승인율은 97%로 사망 사고가 오히려 승인율이 낮았다. 사고는 질병 등보다 산재 인정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전체 산재 승인율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0대 산재에 선입견이 개입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자친구를 인근 집으로 데려다주고 퇴근하는 길에 사망한 윤상민(가명ㆍ17)군 사건의 대리인 김상군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애들이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가 조심하지 않고 사고 난 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부모님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인정을 안 해 주면, 소송까지 가서 또 3심을 거쳐야 하는데 너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군 사건은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 1차 심사에서 산재로 인정되지 않아 공단 본부에 2차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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