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형 전술무기, 김정일 시대 장사정포ㆍ자주포의 개량형인 듯

입력
2018.11.16 17:10
수정
2018.11.16 23:3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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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참관한 김정은 “유복자 무기 같아”… 탄도미사일은 아닌 듯

北무기 안 밝힌 軍 “군사도발 아냐”… 9ㆍ19 군사합의 논란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첨단 전술무기 개발을 시험지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형 첨단전술무기’가 무엇인지 정체가 주목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16일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 국방부는 “대략적으로 어떤 형태의 무기인지는 파악됐으나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만 밝히고 있다. 군 안팎의 관측을 종합해 보면, 탄도미사일 관련 실험이 아닌 과거 공개되지 않은 장사정포 개량형이나 신형 자주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복자 무기 언급…미사일은 아닌듯

북한은 어떤 무기라고 명시하진 않았으나 몇 가지 단서를 남겨놨다. 일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주로 탄도미사일 종류로 해석되는 ‘전략무기’가 아니라 ’전술무기’라고 명시한 점이다.

따라서 북한이 전술무기라고 언급한 것은 최소한 이번 실험이 탄도미사일 발사나 엔진 추력 실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발사’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도미사일 등 유도무기가 아니라는 군 설명을 고려했을 때 장사정포나 자주포 계열 무기 실험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험에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저 무기는 유복자(遺腹子) 무기와도 같은데 오늘의 이 성공을 보니 우리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격정을 누르지 못했다”고 했다. 김정은 시대에 개발한 게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 시대부터 존재했던 장사정포나 자주포를 개량한 형태의 무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미사일 계통이 아니라면 ‘포탑형 자주포’ 실험을 했을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명중률 등을 고려해 신의주 해안가에서 실험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름 그대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포’를 뜻하는 자주포(自走砲)는 세계 모든 육군의 대표적 화력이다. 대체로 장갑차에 포신을 달아놓은 형태를 띤다. 북한은 앞서 올해 정권수립 70주년(9ㆍ9절) 열병식에서 신형 152㎜ 자주포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기존에 없던 포탑형 자주포로 포신이 더 길어져 사거리 또한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개량형 장사정포 실험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사정포(長射程砲) 는 야포(野砲) 중에서도 40km 이상 사거리를 지닌 화포를 말한다. 북한에 300문이 넘게 배치된 240mm 방사포의 사거리는 최대 60km이며, 비교적 최근 실전배치된 300mm 방사포의 사거리는 최대 200km로 전방 배치시 계룡대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이날 실험한 무기가 신형 장사정포냐는 물음에 국방부 관계자는 "덧붙일 말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 9ㆍ19 군사합의 논란 번질까…비공개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무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지도 않으면서도 “군사도발은 아니다”고 규정했다. 탄도미사일 등 발사체가 발사된 게 아니기 때문이란 이유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북한이 ‘첨단전술무기’라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첨단’이란 표현은 군사강국을 중단없이 지향한다는 대내용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또 ‘전술무기’라는 표현에 대해선 “대외용 무력시위가 아니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남측이나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 의도가 크다는 뜻이다.

반면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의 이번 무기 실험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것이 9ㆍ19 군사합의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일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무기 실험 내용을 공개했을 경우 남측은 군사적 긴장완화가 됐다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포 사격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여론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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