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동구 지도자, ‘체코 트럼프’ㆍ마케도니아 전 총리 의회 불신임ㆍ국외 도피

입력
2018.11.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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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14일 프라하에서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프라하=EPA 연합뉴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14일 프라하에서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프라하=EPA 연합뉴스

뒤가 구린 일부 동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잇따라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의회 불신임 사태에 직면하거나 재임 중 범죄로 체포 위기에 빠지자, 서둘러 국외로 도피하고 있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체코의 트럼프’로 불리는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의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불신임 투표라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바비스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주요 참고인인 아들의 증언을 막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TOP 09’ 등 체코의 6개 야당이 바비스 총리 연정에 대해 불신임투표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공정한 조사가 실시될 때까지 바비스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하기를 촉구했다. FT는 “야당이 바비스 총리의 긍정당(ANO)과 사회민주당, 공산당으로 구성된 연정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표결은 다음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2일 체코 온라인매체인 세즈남 지프라비가 바비스 총리의 아들 안드레이 바비스 주니어(35)의 인터뷰 영상을 토대로 총리가 아들을 크림반도로 납치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인터뷰에서 바비스 주니어는 “아버지의 측근에 의해 납치 당했다”고 주장했다. 바비스 총리는 유럽연합(EU)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바비스 총리는 현재 보도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해당 기자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아들에게 접근, 아들의 취약성을 이용해 기사를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책략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바비스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아들은 조현병이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그는 자발적으로 체코를 떠났다. 납치는 없었다. 경찰도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납치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이 바비스 총리를 몰아낼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이번 사건은 바비스 총리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리 페헤 뉴욕대 교수는 가디언에 “바비스 총리는 언제나 모든 게 꾸며진 일이고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하는데, 아들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심증을 갖게 됐다”며 “아들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다 할 지라도 적어도 이는 바비스 총리 가족에게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석 가운데 92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바비스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101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분열된 사회민주당의 지도부가 바비스와의 협력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사회민주당이 바비스 총리를 버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마케도니아 전 총리.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마케도니아 전 총리.

발칸반도의 소국 마케도니아에서도 전직 총리가 해외로 도피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전 수상이 헝가리 외교차량을 타고 몰래 이웃 나라 알바니아로 달아났다. 2016년 실각될 때까지 마케도니아를 10년 이상 철권 통치한 그루에브스키 수상은 최근 집권 시절의 직권 남용 혐의로 체포 위기 직전에 몰렸었다.

외신은 헝가리 정부는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그루에브스키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암묵적 지원 아래 탈출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BBC는 지난 주말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 도착한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최근 헝가리와 인접한 몬테네그로 국경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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