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장관 포진에 청와대엔 행시 선배… ‘경제 원톱’ 홍남기 리더십 우려

입력
2018.11.14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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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능력 탁월하나 장악력 미흡” 평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조직ㆍ업무 장악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용ㆍ투자의 급속한 위축, 미중 무역전쟁 등을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원톱’의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데, 홍 후보자의 경력과 주변 역학 구도 등을 보면 힘을 쓰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내각과 청와대에 실세 정치인 장관과 행시 선배들이 즐비한 가운데 과연 경제 부총리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없잖다.

정부 전ㆍ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13일 홍 후보자가 “일 잘하는 성실한 공무원”이라는 데엔 어떤 이견도 달지 않았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성실하고 치밀한 사람으로 가장 모범적인 공무원”이라고 평했다.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도 “착실하고 성실한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가 직전까지 몸 담았던 국무총리실 관계자도 “일만 하는 관료”라며 “성실하고 충직해 어느 정부에서나 중용된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그러나 홍 후보자의 ‘성실함’은 ‘시키는 일만 잘한다’는 인상이 강해 되레 부총리로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홍 후보자는 기재부에서 일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예산이 전문이지만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엔 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기재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대변인, 정책조정국장을 두루 거쳤지만 예산, 세제, 기획, 국제금융 등 실무와 밀접한 분야엔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위에서 지시를 받으면 성실하게 일하는 스타일로, 그 이상은 없는 분”이라며 “워낙 본부 밖으로 많이 돌아 부처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책 조정 능력은 탁월하지만 거시경제를 맡은 경험이 적다는 점도 흠으로 꼽힌다. 한국 경제 전반의 문제를 파악하고 어디로 갈지 방향성을 제시한 뒤 실천을 주도해야 하는 경제 컨트롤타워로선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전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의 성과가 신통치 못했던 것은 김동연-장하성-홍장표 등 경제라인이 모두 거시경제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며 “홍 후보자가 정권의 핵심 아젠다를 추진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밝혔다.

현 정부 경제라인 곳곳에 포진한 정치인 장관과 청와대 핵심 참모 등을 지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현미(국토교통부) 김영춘(해양수산부) 홍종학(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정부 내 입김은 적잖다. 최종구(행시 25회) 금융위원장과 윤종원(행시 27회) 청와대 경제수석 등도 모두 홍 후보자보다 선배다.

물론 소통에 능한 홍 후보자가 원만하게 관계를 풀어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추 의원은 “김수현 정책실장 등 정권 핵심이 홍 후보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환경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 기재부 출신 인사도 “경제라인에서 거시경제에 전문가이자 홍 후보자의 선배인 윤 수석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없잖다”며 “이낙연 국무총리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는 점에서 홍 후보자가 ‘경제 총리’ 아래 ‘예산 장관’ 정도로 머무를 것이란 시선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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