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야동 팔이’ 수익이 최대 80%…강고한 카르텔 존재”

입력
2018.11.06 11:26
국내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 음란 동영상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온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웹하드 1위 업체 '위디스크'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등 엽기적인 행태를 공개한 뉴스타파의 영상. 뉴스타파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내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 음란 동영상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온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웹하드 1위 업체 '위디스크'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등 엽기적인 행태를 공개한 뉴스타파의 영상. 뉴스타파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법기관의 단속에도 불법 음란 동영상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불법 동영상을 유통시키는 웹하드 업체, 불법 동영상을 ‘걸러내는 척’만 했던 필터링 업체, 단속 정보를 사전에 흘린 관련 단체 등이 얽힌 ‘음란물 카르텔’이 강고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법기관에서 단속 정보가 유출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웹하드 업체들은 게시판을 통해 이용자들간 동영상 거래를 주선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돈을 버는데, 전체 수익의 평균 40~80%를 음란물로 벌어들인다. 많은 곳은 80%를 넘기도 한다. 이 음란물의 90% 이상은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고 불법 촬영ㆍ유통되는 이른바 ‘몰카 영상’들이다. 저작권이 명확한 영화, 드라마 등은 판매가격의 70%를 영화사, 방송사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불법 음란물은 수수료 전액을 챙길 수 있어 웹하드 업체들은 음란물 유통에 목을 맨다.

국내 웹하드 1위 업체인 ‘위디스크’는 지난해 매출 210억원, 영업이익 53억원,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했다. 2위 업체인 ‘파일노리’도 매출 160억원, 영업이익 98억원, 영업이익률 61%라는 높은 실적을 거뒀다. 두 업체 모두 최근 직원과 대학교수 폭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양진호(47)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실소유주다. 다른 웹하드 업체들도 규모는 다르지만 평균 6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관련기관에서 매년 수 차례씩 기획 단속까지 하고 있지만 불법 음란물과 이를 유통하는 웹하드 업체들이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웹하드 업체에서 7년간 개발자로 근무했던 A씨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매우 강고한 카르텔을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실상을 폭로했다. A씨는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에서 (단속 전에) 미리 웹하드 업체 대표들에게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문을 보낸다”며 “(정보를 입수한 대표가) 음란물 수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면 주로 음란물을 올리는 헤비 업로더들의 ID를 삭제하고 탈퇴시키는 등 대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단속 정보가 사법기관에서 직접 흘러나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업체 대표가 법조계가 모여 있는 서초동 쪽으로 점심 미팅을 다녀오고 나서는 분주하게 (단속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업계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불법 음란물을 유통 단계에서 걸러내는 장치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A씨는 양 회장이 설립한 ‘뮤레카’라는 필터링 업체는 사실상 계열사인 ‘위디스크’나 ‘파일노리’에 올라온 음란물들을 걸러내는 시늉만 했다고 주장했다. 뮤레카는 다른 웹하드 업체들의 방어막 노릇까지 했다. 웹하드 업체는 음란물 검색 및 송수신 제한, 음란물 전송 이용자에 경고 문구 발송 등 안전장치를 갖춰야 방송통신위원회, 중앙전파관리소에 등록할 수 있다. 그런데 뮤레카의 안전장치를 사용한다고만 하면 바로 등록이 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130~140개 사이트들이 모두 다 (이런 식으로) 통과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올해 8살이 된 딸에게 ‘아빠는 야동 팔아서 돈 벌었어’라고 말할 수 없어 고향에 내려와 농사짓고 있다”면서 “(대표들은)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업계를 떠난 후엔 단속을 피하는 방법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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