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역으로 인기' 김동욱 “공포영화 무서워서 안 봐요”

입력
2018.11.07 08:00
21면
구독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귀신을 보는 영매를 연기한 김동욱은 “실제로는 가톨릭 신자다. 세례명은 다니엘”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키이스트 제공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귀신을 보는 영매를 연기한 김동욱은 “실제로는 가톨릭 신자다. 세례명은 다니엘”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키이스트 제공

“공포영화요? 무서워서 못 봐요.” 두 달간 악령을 쫓는 영매였다. 당연히 공포물쯤은 끄덕 없거나 적어도 싫어하진 않을 줄 알았다. 배우 김동욱(35)은 지난 1일 종방한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무속인 집안의 자손이자 귀신과 인간 사이를 중개하는 영매로 등장했지만, 정작 “공포영화는 보러 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역할과 달리 겁이 많은 셈. 김동욱을 5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났다.

9월부터 가을 안방극장을 소름 돋게 한 ‘손 the guest’는 영매 윤화평(김동욱)과 구마 사제 최윤(김재욱), 강력계 형사 강길영(정은채)이 악령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서는 이야기다. 등장인물에서 눈치챘겠지만, 무속인이 굿판을 벌이고 사제가 구마 의식을 하는 엑소시즘이 큰 얼개다. 김동욱은 16부작인 드라마 안에서 박일도라는 강력한 악귀를 쫓아 뛰고 또 뛰었다.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20년 동안 화평의 곁을 지킨 할아버지(전무송)가 악의 근원이었다. 반전 결말은 시청자들의 뒷목을 더 서늘하게 만들 만했다. 특히 20여분간 오열과 울분을 주고 받으며 20년의 비밀을 풀어낸, 김동욱과 전무송의 연기 앙상블은 압권이었다. ‘손 the guest’의 최종회 시청률은 4.1%(닐슨코리아 집계). 케이블채널에선 보기 드물게 높은 수치다.

“전무송 선배님과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정말 긴 대사를 다 외워서 오셨어요. 지금도 연극무대에서 공연하시잖아요. 저는 대본 받자마자 ‘이걸 어떻게 외우나’ 했거든요. 그런데 제작진의 예상보다 촬영이 몇 시간이나 빨리 끝났답니다.”

이 명장면에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된 전남 완도군의 청산도 대신 세트장 안의 블루스크린에서 이뤄졌다. 이 때 김동욱이 쌓아온 경험이 빛을 발했다. 그는 “이 장면은 영화 ‘신과 함께’ 1,2편처럼 아무것도 없는 실내에서 찍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대선배인 전무송과 함께 연극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고. ‘신과 함께’ 시리즈 촬영을 하며 익힌 연기가 예행연습이 된 셈이다. 김동욱은 영화 속에서 저승차사 역의 하정우와 함께 지옥 관문을 통과하며 공룡 등에 쫓기는 장면을 연기했다. 컴퓨터그래픽(CG)이 입혀질 블루스크린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법을 익혔다.

김동욱은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대대로 무속인 집안의 자손이자 영매 윤화평을 연기했다. CJ ENM 제공
김동욱은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대대로 무속인 집안의 자손이자 영매 윤화평을 연기했다. CJ ENM 제공
김동욱과 전무송이 블루스크린에서 촬영(위 사진)한 영상은 컴퓨터그래픽(CG)이 더해져 방영(아래 사진)됐다. CJ ENMㆍ방송 화면 캡처
김동욱과 전무송이 블루스크린에서 촬영(위 사진)한 영상은 컴퓨터그래픽(CG)이 더해져 방영(아래 사진)됐다. CJ ENMㆍ방송 화면 캡처
김동욱과 전무송이 블루스크린에서 촬영(위 사진)한 영상은 컴퓨터그래픽(CG)이 더해져 방영(아래 사진)됐다. CJ ENMㆍ방송 화면 캡처
김동욱과 전무송이 블루스크린에서 촬영(위 사진)한 영상은 컴퓨터그래픽(CG)이 더해져 방영(아래 사진)됐다. CJ ENMㆍ방송 화면 캡처

“오히려 (블루스크린에서) 집중이 잘 돼요. 배우끼리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어떻게 공간을 활용해야 할지는 익히 (‘신과 함께’에서) 배워서 낯설지 않았고요.”

김동욱은 ‘손 the guest’의 촬영에 앞서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쉽지 않은 작품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사람들이 악령에 의해 빙의되고, 주인공들이 귀신을 믿고 쫓는 모습이 자칫 상투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였다. 여러 엑소시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온, 예상 가능한 장면들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가장 어려웠던 촬영도 할아버지의 병실에서 혼자 울던 장면이다. 힘든 상황에 놓인 처지를 독백하는 모습이 “너무 신파로 보여질까” 걱정됐다. 그는 ‘신과 함께’ 1편인 ‘죄와 벌’에서도 어머니와 마주보며 수화하던 장면이 힘들었다고 했다. “눈물을 자극하는 형식적인 장면들로 비춰질 것 같아서”였다.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손 the guest’는 조금 더 현실에 맞닿으려고 했다. 박일도라는 악령이 마지막 회에서 쏟아낸 대사만 봐도 그렇다. “인간들도 서로 죽이잖아. 서로를 저주하고 살인하고 싶어하지. 너희들이 불러서 내가 온 거야” “그들은 내 본 모습을 보고도 찾아왔어. 권력을 잡으면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거야”… 탐욕을 좇거나 나약한, 현재를 사는 우리를 꼬집은 장면이다. 귀신이나 악마, 빙의 등에 호기심을 가졌던 시청자들도 현실을 반영한 대사나 장면에 깜짝 놀랐을 만하다. 김동욱도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무기는 현실을 빗댄 대사와 장면들”이라고 했다. 시청률 1%대(닐슨코리아)‘에서 시작한 드라마가 4%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화려한 CG로 1,220만 관객들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 출연한 주지훈(왼쪽부터) 김동욱 하정우 김향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화려한 CG로 1,220만 관객들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 출연한 주지훈(왼쪽부터) 김동욱 하정우 김향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과가 좋으니 ‘손 the guest’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제작된다면 김동욱은 “출연하고 싶다.” 주변에선 “두 편 모두 1,000만명의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의 기운이 상승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한단다.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과 영화 ‘국가대표’(2009)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이후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신과 함께’를 통해 재평가되면서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은 계기가 됐다. 그에게 ‘신과 함께’란 무엇일까.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해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줄 거라고 기다리잖아요.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런데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놓여져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신과 함께’는 제게 그런 큰 선물 같아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