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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s up?’은 ‘무슨 일이냐’ 또는 ‘잘 지냈냐’는 뜻입니다. ‘와썹? 북한’을 통해 지난해까지 남한과의 교류가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북한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 비핵화 협상과 함께 다시 움트기 시작한 북한의 변화상을 짚어봅니다. 한국일보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투자’를 주제로 9~12월 진행하는 한국아카데미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두산에 오르기 전 김 위원장에게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을 소개하며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기를 간절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지 1000일째인 5일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한국아카데미’에서 “개성공단을 두고 여전히 (북한에 대한) ‘퍼주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은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며 세 가지 근거를 들었다. 이날 강연은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두고 북측과 협의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개성공단을 비롯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 이뤄졌다.

김 이사장은 첫 번째 근거로 개성공단 부지 사용료를 제시했다. 그는 “북측은 남측이 사용하는 부지에 대한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불구, 1단계 개발지역인 약 331”㎡(100만 평) 규모 부지를 1㎡ 당 1달러에 제공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통해 원래 군사 공간이었던 곳을 평화와 경제의 공간으로 바꾸고자 했다”고 판단했다.

북측 노동자 임금 수준이 낮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남북이 2004년 기본임금을 협의할 당시, 남측은 월 200~250달러를 얘기했는데, (협상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 관계자에게 구두로 ‘6ㆍ15 정신에 입각해서 평화의 정신으로 (기본임금을) 50달러로 하라’고 지시하며 협상이 타결됐다”는 게 김 이사장 설명이다.

기본임금이 사업 초기 3년 동안 동결된 것도 김 이사장이 제시한 근거 중 하나다. 남북이 합의한 기본임금 인상 상한선은 5%였는데, 공단 가동 이듬해 임금협상에서 북한이 먼저 “남측 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무슨 임금협상이냐”며 동결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2015년을 기준으로 개성과 베트남에 투자한 (비슷한 업종, 규모의) 기업 경쟁력을 비교해보니, 개성에 투자한 기업이 매출액에서 1.3배, 당기순이익에서 5배 우위에 있었다”며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우리 기업과 근로자를 제재한 것, 즉 정책 실패라 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하루빨리 (실패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경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퍼주기’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투자한 금액이) 어떤 대가로 돌아오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돈이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한 가지 측면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퍼주기 논란에는 북측에 대한 불신과 남북 경협 이데올로기에 대한 폄하가 내재돼 있다”고 봤다.

같은 날 강연에 나선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북한에 대한 불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경협을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이 계속되는 것 같다”며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대북 투자를 말했다.

그는 공단 운영 당시 “(북측) 인력의 배치, 상벌과 관련해 (남측 기업이) 채용, 인사에서 자율성을 거의 갖지 못했으며,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북측 운영기관에 기업별로 일괄 납부하는 형식으로 임금 지급이 이뤄졌다”며 이를 생산성 향상 저해 요소로 꼽았다. 또 “식대, 간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 비용이 임금 대비 과도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북한 노동자에게 간식으로 제공했던 초코파이가 임금 수준을 웃돌기도 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그러나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그는 “경쟁력 있는 임금 수준, 동일 언어 사용 등 북측이 가진 강점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 수급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합의하고, 정치적 이익에 따라서가 아니라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생산성 향상 대책을 마련한다면 개성공단과 같은 형태의 경협은 (남측 기업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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