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장 철수 30분 만에 참변

입력
2018.10.22 21:41
수정
2018.10.22 23: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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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범인인 김성수씨가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향하기 앞서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범인인 김성수씨가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향하기 앞서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경찰이 첫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돌아간 지 30분도 안돼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에 처음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전 7시38분. 당시 신고자는 피의자 김성수(29)의 동생으로,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가 자신들에게 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 동생은 신고 전화에서 “아니, 일을 크게 키워”라며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어요. 게임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를 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라고 경찰 출동을 요구했다.

곧이어 4분 뒤엔 신씨도 신고전화를 해 “손님이 계속 와서 욕설하고 하거든요.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다 “잠시만요, 경찰 오셨네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김씨 동생 신고를 받고 오전 7시43분 PC방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다툼을 말리고 김씨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철수했다. 이후 30분이 지나지 않은 오전 8시13분 시민 두 명이 다시 신고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신고자는 “PC방인데 지금 싸움 났어요. 빨리요, 피나고…, 빨리 와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두 번째 신고자도 “지금 칼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거든요. 저희는 지금 지나가다 봐서 바로 신고하는 거거든요.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 돼요”라고 말했다.

이후 2분만인 오전 8시15분에 경찰이 다시 현장에 갔지만, 이미 김씨가 신씨 얼굴을 수 십 차례 찌른 후였다. 경찰이 최초 신고 때 좀 더 머물거나 파출소나 경찰서로 양 측을 데려가 강력한 경고를 주는 등 진정시키는 조치가 있었다면 비극적인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처음 도착했던 경찰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30분 뒤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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