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공사 외부 감지센서 없어 잔디 화재 18분간 몰라”

입력
2018.10.09 11:15
수정
2018.10.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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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풍등 날린 스리랑카인 영장신청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왼쪽)이 저유소에 불을 낸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왼쪽)이 저유소에 불을 낸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송유관공사가 저유소 외부 잔디밭에 불이 난 사실을 18분간의 몰랐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은 9일 저유소 화재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갖고 “스리랑카인 피의자 A씨가 7일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산 위로 올라가 풍등을 날렸다”며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다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풍등이 휘발유 탱크 바로 옆 잔디밭에 추락하는 장면과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 등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A(27)씨가 이날 오전 10시32분쯤 날린 풍등은 공사현장에서 불과 300m를 날아간 뒤 2분 뒤 추락했으며, 저유소 탱크 바깥 잔디에서 오전 10시36분쯤 연기가 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불은 18분 뒤인 10시54분쯤 휘발유탱크(직경 28.4m, 높이 8.5m)의 9개 유증기 환기구 중 1곳을 통해 내부로 옮겨 붙어 폭발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때까지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는 휘발유 탱크 외부에 화재 감지센서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날린 풍등은 지름 40cm, 높이 60cm 크기의 한지 재질로 전날 저유소에서 800m쯤 떨어진 한 초등학교에서 전날 오후 8시 진행된 아버지캠프 행사에서 날린 것으로, 현장에 떨어져 있던 두 개중 한 개다. 풍등을 날리는 것은 소방기본법 상 불법으로 적발되면 2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피의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중실화죄를 적용했다”면서 이날 중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풍등과 저유소 화재의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기 위해 재차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18분 동안 잔디밭 화재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시설 관리자를 대상으로 ‘위험물 안전관리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A씨는 지난 2015년 5월 스리랑카에서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로2020년 출국예정이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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