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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매에 중 증시 3.7% 급락, 위안화 가치도 하락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무역전쟁이 금융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8일 중국 시장에서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투매’하며 국경절 연휴(1~7일)를 마치고 일주일만에 개장한 중국 증시는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급락했고 위안화 가치도 1달러당 6.9위안선까지 추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로 맞섰지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9월 28일)보다 104.84포인트(3.72%) 하락한 2,716.51을 기록했다. 선전종합지수도 3.83%, 홍콩항셍중국지수(홍콩 H 지수)는 1.30% 급락했다.

위안화 가치도 동반 추락했다. 이날 중국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6.8957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국경절 연휴동안 발생한 미국 채권금리 상승, 무역전쟁 격화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충격을 줬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연일 강세를 보이며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것은 중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불렀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중국 증시 휴장 전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3.061%에서 이달 5일에는 3.228%로 0.167%포인트 급등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1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1월과 4월, 7월에 이어 올해 네 번째 지준율 인하에 나섰지만 중국 금융시장을 방어하지는 못했다. 류쿤 중국 재정부장이 무역전쟁으로 충격을 받은 기업에 대한 지원 약속을 한 것도 냉각된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월에 추가로 지준율을 인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래리 후 맥쿼리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SCMP에 “중국의 정책 담당자들은 선제적으로 부양에 나서지 않고 소극적 반응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도 더 커지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미국이 멕시코, 캐나다와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체결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함정이 충돌 직전의 상황에 직면하는 등 군사적 위기감도 높아졌다. 중국이 애플과 아마존 등의 서버에 ‘스파이 칩’을 심어 정보를 탈취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 행정부가 ZTE에 이어 다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러한 악재에 중국 최대 PCㆍ서버 제조사인 레노버는 홍콩 증시에서 지난 5일 15.10% 하락한 데 이어 8일에도 1.98% 떨어졌다.

개리스 니콜슨 싱가포르은행 채권담당 책임자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긴장한 상태”라며 “무역전쟁에 따른 역풍이 거센 지금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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