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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미국 알렌연구소와 헝가리 공동연구팀이 최근 인간 뇌에만 존재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하여 과학잡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보고했다. 신경세포 모양이 장미열매와 비슷한 모양이어서 장미열매(로즈힙) 뉴런이라고 명명했다. 인간 뇌 피질 가운데 10% 정도가 장미열매 뉴런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인간의 질병 메커니즘과 치료 연구에 먼저 쥐를 비롯한 동물을 대상으로 효과나 독성 연구를 한다. 동물에게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연구인 1, 2, 3상 연구를 하고 이를 통과하면 신약으로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동물연구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대부분 실패한다. 신약뿐만 아니고, 인간의 질병연구에서도 동물 모델을 통해 밝혀진 메커니즘이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동물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즉. 동물연구를 통한 인간의 질병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속설에는 인간의 뇌는 생쥐나 다른 동물에 비해 크고 정교하게 발달되어 왔지만, 그 구성은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동물연구의 연장선상에서 결과를 확장하면 인간에게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간 뇌에서만 발견된 장미열매 뉴런으로 인해 기존 속설은 깨지게 되었다. 정신질환을 비롯한 뇌질환이 왜 동물로 연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동물에는 없는 인간에만 존재하는 신경세포가 있다면, 동물연구로는 인간 뇌질환을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연구나 치료제 개발이 특히 어려운 이유가 적절한 동물 모델이 없다는 데 있다. 동물모델이 있다면 그 동물을 이용하여 비교적 쉽게 질환을 연구할 수 있다. 인간에게서 발견된다는 조현병, 우울증, 인격장애 등의 정신질환의 동물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인간에서 보이는 질병과 100% 일치하지 않는다.

우울증을 예를 들면, 쥐를 물에 빠뜨려 오랫동안 두면 처음에는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리 발버둥쳐도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삶을 포기하게 된다. 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상태라고 한다. 이 상태가 인간의 우울증과 비슷하다고 간주하고, 이 쥐를 대상으로 우울증에 대한 메커니즘이나 항우울제 효과를 검증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과 인간에서 발견되는 우울증상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하듯 인간에서만 나타나는 정신질환이 동물에게 동일하게 나타나기 어렵고, 이와 비슷한 정신병 동물모델이 불가능해 인간만이 가지는 언어, 생각, 사고, 감정에 병이 생기는 현상을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이번 장미열매 뉴런을 발견으로 동물연구로는 인간을 이해하기에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의미 있는 발견이다.

장미열매 뉴런은 신경전달물질 중 억제작용을 하는 가바(GABA) 신경세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억제기능을 통해 뇌에서 정보 흐름을 통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교통 흐름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처럼, 우리 뇌에서 뇌 정보의 흐름의 적절히 통제하여 정보를 잘 흐르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하등동물일수록 자신의 본능에 따른 행동하지만, 고등동물이 될수록, 본능의 지시보다 본능을 적절히 억제하고,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집단이나 사회 안정을 위해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적절히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억제기능 역할을 하는 장미열매 뉴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강변한다. 다른 사람에게 해가 가더라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번 장미열매 뉴런의 발견은 자신의 생각이나 욕망을 억제하고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동물과 다른 가장 인간적이고 성숙된 모습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닐까.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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