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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혈액형 부적합 이식 97% 성공
콩팥이식 후 40년째 생존하는 수술자 나와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8월 콩팥이식 3,000례를 달성했다. 1969년 명동성모병원에서 이용각ㆍ민병석 외과 교수팀이 콩팥이식을 국내 첫 성공한 이래 장기이식역사를 다시 썼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에서 콩팥이식을 받고 30년 넘게 문제없이 생존한 환자가 70명, 20년 이상을 넘긴 환자는 393명이나 된다. 특히 40년 전에 콩팥이식을 받은 이모(80)씨는 정상적인 살고 있는 콩팥이식 최장기 생존자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박순철 혈관이식외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콩팥ㆍ췌장이식, 대동맥ㆍ사지동맥질환의 수술ㆍ중재적 시술, 심부혈전증ㆍ정맥류 등이 전문 진료 분야인 ‘혈관 및 이식분야 권위자’다.

-콩팥이식을 왜 해야 하나.

“콩팥은 몸 속 노폐물을 거르는 ‘종말처리장’이다. 특히 털뭉치처럼 모세혈관이 뭉쳐 있는 콩팥 내 사구체(絲球體)는 노폐물을 거르는 핵심 기관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콩팥의 사구체 기능은 떨어뜨린다.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90% 이상 떨어지면 만성콩팥병(말기 신부전증)이 된다. 그러면 콩팥 기능을 대체하는 혈액투석, 복막투석 등 투석(透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투석하려면 1주일에 2~3차례 병원을 가야 하기에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콩팥대체치료법은 콩팥이식 밖에 없다. ‘국민병’으로 불릴 정도로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급증으로 매년 5,000~6,000명의 만성콩팥병 환자가 생기면서 콩팥이식이 더 필요해졌다.

특히 고령층 만성콩팥병 환자 가운데 당뇨병ㆍ고혈압을 같이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사구체신염(콩팥의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병)과 함께 만성콩팥병의 3대 원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은 만성콩팥병 발병 원인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당뇨병 환자는 콩팥병을 같이 앓을 확률이 일반인보다 2.7배 높기 때문이다.

당뇨병으로 생긴 콩팥병 환자는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만성콩팥병이 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심혈관 질환을 동반해 목숨을 잃을 위험도 높아진다.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가 위험신호다. 단백뇨는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고혈압이 콩팥을 손상하는 케이스도 전체 만성콩팥병의 20%나 된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높기에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사구체가 망가지기 쉽다. 그러면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콩팥이 손상됐을 때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 고혈압이 될 수 있다. 고혈압이 콩팥병을 일으키고 콩팥병이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물고물리는 관계인 셈이다. 짠 음식과 국물을 주로 먹는 잘못된 생활습관도 콩팥 손상을 부추긴다.”

-콩팥이식법으로는 어떤 게 있나.

“콩팥 기능이 떨어졌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러 콩팥 대체치료 가운데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콩팥을 대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건강한 콩팥을 기증 받는 콩팥이식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이때 콩팥을 줄 공여자가 필요한데 크게 살아 있는 사람의 콩팥을 받는 생체공여와 뇌사자에게서 받는 뇌사공여로 나뉜다. 뇌사공여는 평균 대기기간이 5년 이상이어서 콩팥을 이식 받기가 여간 쉽지 않다. 스페인의 경우 뇌사공여가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많아 우리도 콩팥 기증자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콩팥을 이식 받은 생체공여수술법은 크게 발전했다. 과거에는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부적합하면 이식 후 이식 받는 사람의 몸 속 항체가 거부반응 일으켜 이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항체 주사와 혈액 속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교환술이 개발돼 ‘혈액형 부적합 이식’도 가능해졌다. 건강한 사람의 콩팥 하나를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공여 콩팥이식’이 늘었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혈액형 부적합 이식을 2009년 처음 성공한 이후 2018년 8월까지 190례 이상 시행해 97%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족 중 혈액형이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으면 이식할 수 없었던 많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2012년까지 형제자매의 콩팥 기증이 더 많았으나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할 수 있게 돼 2013년에는 배우자의 콩팥 기증이 형제자매의 기증을 넘어섰다.

또한 혈액형 부적합 이식을 시행한 환자 가운데 30% 정도에 해당하는 환자는 이식면역학적으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도 감작(인체 내 항체가 형성돼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상태) 환자여서 이식에 성공하려면 효과적인 탈(脫)감작 치료를 시행하는 등 이식의 두 가지 고위험군을 모두 극복했다. 적절한 면역억제제와 탈감작요법 발달로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이 만성콩팥병 환자의 주요 치료법이 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혈액형 부적합 이식이 5년 생존율에 있어서 혈액형 일치 이식에 비해 별차이가 없다.”

-콩팥이식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요로감염, 심각한 단백뇨 배출 등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기능을 상실한 환자의 콩팥은 원칙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 생체 이식의 경우 대부분 인접한 수술실에서 동시에 공여자와 수여자의 수술이 진행된다. 공여자는 이전에는 콩팥을 잘라내기 위해 20~30㎝ 정도 피부를 절개했지만 최근 복강경 수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5~10㎝ 정도로 피부를 작게 절개해 수술한다.

수혜자 수술은 전신마취를 한 뒤 보통 우측 하복부 후복막에 시행되며 3~4시간가량 걸린다. 수혜자 콩팥이식수술에서도 10~13㎝ 정도로 피부를 절개한다. 공여자의 콩팥이 적출되면 절제된 콩팥을 받아와 수혜자의 후복막에 위치시켜 콩팥동맥과 정맥, 요관을 잇는다. 새로운 콩팥에 혈액이 유입되면서 이식된 콩팥이 분홍색으로 바뀌고 제대로 기능을 하게 되면 소변을 만들어 배출하게 된다. 콩팥으로 피가 잘 통하면 요관을 통해 소변이 나오는 것이 즉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혈액형이 달라도 콩팥이식이 가능해지면서 혈액형이 다른 배우자가 기증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박순철(오른쪽) 교수팀이 콩팥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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