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상자 단 3명 뿐이라니 놀라워”

노벨물리학상 스트릭랜드 교수

“더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반세기만에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도나 스트릭랜드(59ㆍ사진)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는 첫 소감을 놀라움으로 대신했다. 자신의 수상 소식 보단 유리천장을 깨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선정된 여성 인재가 지금까지 단 3명뿐이었단 사실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아서 애슈킨(96) 미국 벨연구소 박사와 제라르 무루(74)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 교수, 스트릭랜드 교수 등이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꼽혔다. 레이저 물리학 분야의 대변혁을 가져올 만한 연구와 발명 성과들을 인정받았다.

이 가운데 특히 스트릭랜드 교수는 55년 만에 여성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앞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는 1903년 방사능을 발견한 마리 퀴리와 60년이 지난 1963년에야 원자핵 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인정 받은 마리아 괴퍼트-메이어가 전부였다.

스트릭랜드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워털루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괴퍼트-메이어 수상 이후) 여성들은 오랜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스트릭랜드 교수는 “괴퍼트-메이어는 원자의 이광자 흡수를 예측했고 그 생각은 우리가 과학을 하는 방식을 바꿨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화학 교수인 남편이 대학을 옮기는 동안 따라다녀야만 했다”고 전했다. 실제 괴퍼트-메이어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파벌 문제나 남녀차별 문제로 인해 교수직을 얻지 못하면서 존스홉킨스대, 컬럼비아대, 시카고대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깜짝 고백도 내놨다. 스트릭랜드 교수는 “나는 내 이론을 펼치기 위해 그(괴퍼트-메이어)를 인용한 적이 있는데 미안하다고 해야겠다”며 “내 논문에서 나는 모르고 그를 남자(he)로 칭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에, 광학회(the Optical Society) 대표까지 지냈지만 스트릭랜드 교수에 대한 위키피디아 페이지조차 없었던 것도 화제가 됐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복스(Vox)에 따르면 물리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스트릭랜드 교수에 대한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뽑힌 무루 교수의 경우, 2005년부터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미국물리학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미 물리학 분야에서 여성의 학사와 박사 학위는 전체의 약 20% 수준에 머물렀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