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천국이었는데... 이젠 '중국 기술 따라잡기'

입력
2018.10.01 04:40
수정
2018.10.01 08: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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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세계 최초 트리플 카메라 타이틀을 가져간 화웨이 P20 프로(위)와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달고 곧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A7(아래 왼쪽), LG전자 V40 씽큐. 각 사 제공
올해 3월 세계 최초 트리플 카메라 타이틀을 가져간 화웨이 P20 프로(위)와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달고 곧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A7(아래 왼쪽), LG전자 V40 씽큐. 각 사 제공

중국 화웨이는 지난 3월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P20 프로 후면에 카메라 렌즈 3개를 넣었다. 세계 최초 트리플 카메라 스마트폰이란 타이틀은 화웨이의 차지가 됐다.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도 조만간 출시하는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A7에 처음 트리플 카메라를 적용한다. 2016년 9월 V20를 통해 최초로 후면 듀얼 카메라 시대를 연 LG전자도 공개가 임박한 V40 씽큐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해 화웨이를 추격한다.

선진국의 우수한 제품을 거리낌 없이 모방해 ‘짝퉁 천국’이라 불렸던 중국은 이제 과거가 됐다.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기술력이 합세해 시장을 선도하는 ‘대륙의 실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이라고 자부한 한국도 많은 분야에서 중국을 추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별도 센서 없이 스마트폰 화면이 지문을 읽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도 중국이 먼저 적용하고, 우리는 후발주자다. 비보는 올해 상반기 X21을 통해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샤오미도 최근 발표한 미8 프로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센서를 내장했다.

DJI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석권한 상업용 드론도 우리가 중국을 따라가는 분야다. 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2010년)을 모방해 만든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2013년 위챗페이를 선보이자, 그 이후 국내에 모바일 페이 열풍이 일어났다.

중국에서 이미 보편화한 QR코드(격자무늬 2차원 코드) 결제는 올해 카카오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서울시 등이 소상공인 카드결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올해 5월 국내에 도입한 QR결제. 카카오페이 제공
카카오페이가 올해 5월 국내에 도입한 QR결제. 카카오페이 제공

중국 전문가 은종학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는 이런 현상을 ‘리버스 이미테이션(역모방)’이라 명명했다. 미국 다트머스대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의 ‘리버스 이노베이션(역혁신)’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리버스 이노베이션은 신흥국이 현지상황에 맞춰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진국으로 다시 가져 가는 전략을 의미한다.

리버스 이미테이션은 모방으로 시작한 중국의 제품과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자 그걸 따라가는 것이다. 은 교수는 “중국의 수준이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우리 기업들과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아졌다”며 “중국 제품의 디자인이나 가성비,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는 것은 나쁜 게 아니라 기업 전략의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리버스 이미테이션은 예견된 현상이다. 중국이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해 출원한 국제특허는 4만8,882건이다. 일본(4만8,208건)을 처음 추월했고 40년 넘게 1위를 지킨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기업별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4,024건)와 ZTE(2,965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2003년 이후 중국의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한 것은 중국(13.4%)이 유일했다.


특히 중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금융기술) 스마트 의료 같은 4차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4차 산업에서 승리하려면 앞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리버스 이미테이션 전략이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면서 “애플 아이폰처럼 핵심기술 이외에는 외부 역량을 최대한 끌어와 경쟁력을 높이는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중국에서도 배울 건 배우고 활용할 건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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