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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최대 위협...그 끝은 어디일까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2,000억달러(약 225조원)에 달하는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24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매긴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째 ‘관세폭탄’을 중국에 투하한 것이죠. 이에 따라 미국은 작년 대중국 수입액(5,040억달러)의 절반 가량에 관세를 적용하게 됐습니다.

중국도 곧바로 대응했습니다. 중국은 18일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새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맞받아쳤습니다. 중국 역시 지난해 대미 수입액 중 약 70%에 달하는 총 1,100억달러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됐습니다. ‘관세’를 무기로 벌이는 G2 국가 간 ‘전쟁’이 전 세계 경제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는 형국입니다. 무역전쟁의 진행 과정을 짚어봤습니다.

◇태양광 패널ㆍ세탁기…세이프가드로 시작한 무역전쟁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시작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요구가 단초가 됐습니다. USITC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 수입이 자국 동종 분야에 타격을 야기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두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2017년 초부터 미 통상법 201조(세이프가드ㆍ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적용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산업계의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응답한 것은 지난 1월 22일입니다. 85억달러 규모의 태양광 패널 수입품과 18억달러 규모의 수입 세탁기에 관세 부과를 승인한 것이죠. 특히 두 부문에서 미국 수출이 많인 한국과 중국의 피해가 예상됐습니다. 중국은 2월 즉각 1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4월 미국산 수수에 예비 관세를 부과합니다. 무려 178.6%의 관세율을 적용했습니다. 지난달에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까지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5월 미국의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협정 위반이라며 WTO에 제소한 상태입니다.

연합뉴스

◇ “안보 위협” 철강ㆍ알루미늄…넓어지는 전선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을 향해 관세 포문을 열면서 두번째 무역전쟁을 야기합니다. 지난 3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죠. 수입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한 불만은 트럼프 집권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하라는 행정각서에 서명합니다. 그것도 냉전시대인 1962년 제정된 미국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를 바탕으로 말입니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수입품에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한 조항입니다. 실제로 적용된 적이 단 한번도 없는 사문화된 법과 조항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부활한 것입니다.

상무부 추산 약 480억달러 규모의 철강ㆍ알루미늄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서 해당 수출국들의 반발은 커집니다. 특히 대부분의 수입이 캐나다, 유럽연합(EU), 멕시코, 한국 등 혈맹국 또는 우방국으로 이뤄지면서 반발은 더욱 거셌죠. EU는 “관세가 부과될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며 구체적으로 WTO 제소는 물론 미국산 수입품에 25%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34억달러 규모의 클랜베리, 할리데이비슨, 청바지, 위스키 등 품목도 언급합니다. 중국은 4월 2일 미국산 알루미늄 폐기물과 돼지고기, 과일, 너트류 등 24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전 세계의 반발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까지 관세 부과 면제 대상을 확대하면서 협상을 통해 관세를 영구히 면제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이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 전술을 이용한 것이었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를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개정하기 위해 철강ㆍ알루미늄 관세를 카드로 활용한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3월 23일 시행된 관세 부과에서 영구 면제를 받았지만, 이는 2015~2017년 미국으로의 평균 수출량 30% 안팎을 줄여야 한다는 꼬리표(쿼터ㆍ수입할당)가 붙은 면제였습니다.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주 베이타운에 위치한 한 철강 회사에 철로 만든 파이프라인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국제적 반발, 아랑곳 않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 협상을 이유로 EU와 캐나다, 멕시코 등에 잠시 면제했던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시행합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입된 철강ㆍ알루미늄의 절반이 이 세 곳에서 수출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처럼 쿼터를 용인하면서 면제를 받았습니다. EU는 앞서 으름장을 놓았던 보복 관세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보트와 요트, 땅콩버터까지 포함시켰습니다. 미국의 아이콘인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은 6월 25일 보복 관세를 피하기 위해 추가 생산 공장을 미국 외에 짓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캐나다도 128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미국이 꿈쩍했을까요? 되레 7월 캐나다, 중국, EU, 멕시코, 터키 등의 보복 관세를 WTO에 제소합니다. 자신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요. 더욱이 보폭 관세를 부과한 터키에는 지난달 리라화 가치 폭락을 이유로 관세율을 두 배로 올리는 조치까지 취했습니다. 이에 터키는 미국산 자동차, 주류, 담배 등에 새로운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 참석해 주먹을 쥐고 있다. 포토아이
◇중국을 향해 열린 포문, 발사되다

우방인지 적인지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뻗어가는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서 화력 대부분은 중국에 집중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주요 2개국(G2) 간 경제 전쟁인 셈이죠. 중국은 지난해 3,752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뒀습니다. EU는 1,409억달러, 그 중 독일이 593억달러의 적지 않은 대미 흑자를 남겼죠. EU의 최대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EU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고 무역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나라는 미국이 아닌 중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배경입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기술ㆍ지적재산권으로 확대됐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양해각서에 따라 통상법 301조를 중국에 적용할지를 검토합니다. 대미무역흑자를 내는 상대국들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조사 결과는 올해 3월 22일 나왔는데, 예상대로 중국이 기술 이전, 지적재산권, 혁신기술 등에서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합니다.

4월3일 미국은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 1,333개의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이 제품들에 25%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합니다. 중국이 이튿날 즉각 자동차, 항공기, 농산품 등 106개 미국산 제품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보복 관세 대응방침을 발표하자, 미국은 다시 1,0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로 맞받아치죠. 양국은 이런 공방을 한달 넘게 이어갑니다. 양국은 7월 6일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기만 했던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합니다. 양국이 공히 34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죠.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커집니다. 7월 10일 USTR이 2,000억달러 규모의 수입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10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합니다. 이어 지난달 1일에는 관세율 10%가 아닌 25%를 적용하길 원한다고 일갈했죠. 그리고 앞서 4월에 밝혔던 500억달러 규모 중 남은 160억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조치를 지난달 23일 시행합니다. 중국도 역시 5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조치를 8월 완료했습니다. 이달 들어선 위에 언급했듯 미국은 2,000억달러, 중국은 600억달러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게 됐습니다.

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했던 미국 내 일자리 100만개 창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끝나지 않을 전쟁, 마윈 “20년 이상 지속될 것”

G2 간 무역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두 강대국 간의 자존심 싸움은 경제를 넘어 정치적으로도 번지는 양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최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는 끝나지 않을 태세죠.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향후 20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 주목됩니다. 그는 “무역 갈등은 중국과 외국 기업들에 즉각적이고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새로운 무역 규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난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100만개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 회장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향후 5년간 미국에서 신규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날 인터뷰에선 “이 약속은 두 나라 간 친밀한 파트너십과 합리적인 무역관계를 전제로 했던 것”이라며 철회한 것이죠.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보호무역은 자국 산업도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죠.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고 있습니다. 되레 내년 초까지 모든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로드맵까지 제시할 정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빈으로 방문한 인도에서 뉴델리에 위치한 악샤르담 사원을 찾아 힌두교 지도자 동상에 물을 붓는 의식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한국?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하방 위기를 키우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중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죠. 실제 올해만 봐도 미중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은 막대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1~8월 누적 수출액은 3,977억9,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이 가운데 대중 수출은 1,062억9,600만달러, 대미 수출은 460억5,400만달러로 1, 2위를 차지합니다. 전체 수출 중 중국과 미국 비중이 각각 27%와 1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G2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실제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 중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앞서 5월 전망치에 비해 무려 0.3%포인트가 낮아졌습니다.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가 하락 요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정작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2.9%)과 중국(6.7%)은 물론 주변국인 일본(1.2%)과 러시아(1.8%)도 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만 경기 하강 위험이 더욱 커졌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격화할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넓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북한 핵 문제처럼 우리 정부가 G2 사이에서 중재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와 시장 다변화를 추진 중입니다. 물론 그 결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전체 수출액의 40% 차지하는 두 나라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간 문제여서 당장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 기회에 수출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 개선, 신남방ㆍ신북방 등 시장다변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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