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생존자의 마음도 이랬을까

입력
2018.09.20 16:50
수정
2018.09.20 21: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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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나'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번외'. 세월호 참사와 겹친다. 사계절 제공
총기난사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나'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번외'. 세월호 참사와 겹친다. 사계절 제공

친구 K가 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여 18명을 죽였다. 유일한 생존자인 ‘나’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그러나 그리 될 리 없다. “너 그 학교 학생 맞지?” “어떻게 알아요?” “유명한 교복이잖아.” 공사장, 영화관 할 것 없이 어디서나 반복되는 대화다. 상담을 맡은 정신과 의사는 누가 건드리면 전화로 대신 욕해주겠다며 명함을 건넨다. 그러려면 “떠돌이 개와 새, 고양이의 꿰뚫어보는 눈빛에도 명함에 적힌 전화를 불러주어야 했다. 죽은 애들은 더 이상 겪을 수 없는 5월, 6월, 7월로 넘어가는 달력에도 명함을 붙여야 했다. 오늘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부모님의 말투에도 (중략) 나는 오빠가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 파이팅!이라고 여동생이 써준 편지에도” 명함을 내밀어야 한다.

번외

박지리 지음

사계절 발행ㆍ160쪽ㆍ1만1,000원

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인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작가 박지리의 유작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전에 쓴 원고인데, 참사 생존자의 심리 묘사가 빼곡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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