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ㆍ19 평양 합의, 비핵화 중재의 실질적 성과 담아야

입력
2018.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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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처음으로 평양 카퍼레이드

핵시설신고ㆍ종전선언 교환 접점 모색

평양 합의, 한미ㆍ북미 정상회담 좌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평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환대는 극진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와 문 대통령을 영접했고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사상 처음으로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세 번째 만남이라 남북 정상은 이날 하루 동안 격의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히 평양공항 환영 행사를 비롯한 주요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달돼 감동을 더했다. 2000년과 2007년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의 연속으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개혁ㆍ개방 의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이날 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 중재였다. 김 위원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문 대통령 덕으로 돌린 뒤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면서 비핵화 의지를 피력했다. 환담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제는 결실을 맺을 때”라고 에둘러 표현하자 김 위원장이 “온 겨레의 기대를 잊지 말고 더 빠른 걸음으로 더 큰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두 정상이 회담의 목표를 분명히 한 터라 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촉진이라는 핵심 쟁점으로 직행했을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남북 정상이 상황의 엄중함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시원한 합의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지난번 대북 특사단 앞에서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미국을 향해 답답함을 토로했던 김 위원장이 선뜻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공산은 없어 보인다. 설령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제안을 갖고 있다 해도 향후 북미 정상회담의 담판 카드로 쓰기 위해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귀를 막고 도리어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김 위원장의 운신 폭을 축소시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적어도 비핵화 중재만 놓고 보면 한계가 불가피한 회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말한 대로 평양 합의를 ‘블랭크(빈칸)’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 평양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이어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확답받지 못한다면 중재의 마지막 단계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김 위원장도 구체적 로드맵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거나 교착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남북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9ㆍ19 평양 합의에 비핵화 중재의 실질적 성과를 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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