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ㆍ김영철 등 대남라인이 특사단 환대… 청 “분위기 나쁘지 않았다”

입력
2018.09.05 17:58
수정
2018.09.06 01:27
3면
구독

특사단, 오전 9시 평양 도착

고려호텔서 김영철 등과 20분 환담

김정은과 노동당 본부 청사서 면담

만찬은 김정은 주재 가능성 커

北, 1차 때와 달리 특사단 보도 안 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출발하고 있다. 특사단 5명은 특별기를 타고 서울공항을 출발,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한다. (왼쪽부터) 천해성 통일부 차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성남=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출발하고 있다. 특사단 5명은 특별기를 타고 서울공항을 출발,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한다. (왼쪽부터) 천해성 통일부 차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성남=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특사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은 5일 오전 9시 평양에 도착해 약 11시간 40분 동안의 ‘당일치기’ 방북을 마친 뒤 오후 8시 40분 평양에서 서울로 향했다. 특사단은 이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대남라인의 영접을 받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친서를 전달하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은 대북 특사단의 방북 성과를 가늠하게 해 준다.

대북 특사단은 이날 오전 7시 40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공군 2호기에 몸을 실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배웅을 나갔다. 정 실장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짧게 인사했다. 대북 특사단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든 갈색 가죽 가방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하는 친서가 담겨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오전 9시 평양 국제비행장에 도착한 특사단은 리선권 위원장과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았고 이어 고려호텔로 이동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대남라인이 모두 나와 대북 특사단을 환대한 것은 긍정적 기류로 읽힌다. 특사단은 고려호텔 38층 미팅룸에서 오전 9시 35분부터 김영철ㆍ리선권 등 대남라인과 함께 20분간 환담한 뒤 북측 인사와 공식 면담을 위해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접견도 성사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방북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며 “만찬을 마친 뒤 (남측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이 북한 인사와의 공식 면담을 오전에 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을 만난 것도 오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찬을 누구와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주재했을 확률이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1차 대북 특사단 방북 때도 남측의 청와대 격인 평양 중구역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정 실장 일행을 만나고 만찬까지 진행했다. 북측이 노동당 청사를 공개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만찬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나오는 등 여러모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2차 대북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면담 장소도 노동당 본부 청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 본부 청사에서 김 위원장과 만찬까지 이뤄졌을 경우 남북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사단은 이날 오후 8시40분 평양 국제비행장을 출발해 한 시간여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 실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곧장 공항을 빠져나갔지만, 시종일관 미소를 짓는 등 표정은 밝았다. 이들은 밤 늦게 문 대통령에게 방북 성과를 보고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특사단의 보고를 기다렸다. 대북 특사단은 북한에서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비화(秘話) 팩스를 통해 청와대와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다만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대북 특사 방문 전 예고 보도까지 했던 1차 대북 특사단 방북 때와 달리 특사단의 평양 도착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 등 다소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