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마음 잡아라” 여야, 소득주도성장 ‘100일 전쟁’

입력
2018.09.03 04:40
수정
2018.09.03 08:4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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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 토끼’ 잡으려는 與 

 임금 올려 노동자층 지지 굳히고 

 임대료 내려 자영업자 이탈 차단 

 #2 “한 놈만 패겠다”는 野 

 자영업자ㆍ부동층 민심 이반 포섭 

 시장경제 중심 새 성장 모델 발표 

 

 정책대결 넘어 차기 총선 출발점 

 선거 기선잡기 치열한 승부 예고 

이해찬 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충남 예산군 리솜스파캐슬 덕산에서 열린 2018년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충남 예산군 리솜스파캐슬 덕산에서 열린 2018년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만 있냐, 우리 자영업자도 똑같은 국민이다!”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3만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1만5,000여명)이 지난달 29일 장대비를 뚫고 광화문광장에 모여 성난 목소리를 쏟아냈다.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는 이날 ‘최저임금 제도개선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더는 못 참겠다며 정부ㆍ여당에 경고장을 던졌다.

민심이 심상치 않자 정치권은 대책 마련으로 분주해졌다. 여당은 비상이 걸렸다. 자영업자의 민심 이반이 최근 여권의 지지율 내림세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고 보고,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발을 구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잡지 않으면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줄 뿐”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은 여권에 빼앗긴 정국주도권을 가져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이 일제히 이날 국민대회에 참석해 ‘자영업자를 대변할 정당’이라고 외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야당들은 한발 더 나아가 최저임금 문제를 야기한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한 놈만 패겠다”고 언급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與, 임금 높이고 임대료ㆍ금융비용 낮춰 자영업 살리기 

여야가 자영업자 달래기에 총력을 펼치는 이유는 2년 뒤 총선을 대비한 ‘외연 확장’의 기회로 삼기 때문이다.

여권은 소득주도성장론 안착과 자영업자 지원책을 통해 노동층과 중산층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임금 인상 정책으로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층 지지는 굳히되, 정책 시행에서 따라오는 부작용을 막아 자영업자의 이탈도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계약갱신청구권 연장을 골자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처리에 여권이 진작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부동산과 금융 등 자본 비용을 낮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의 몫을 높이고 자본의 몫은 낮추는 방식으로 경제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인 셈이다.

재정도 적극 투입하고 있다. 야당의 비난에도 일자리안정자금 규모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해 정부의 자영업 관련 정책의 조정 기능을 강화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최대한 빨리 처리할 것이고, 조세특례법도 처리해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도 주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네 번째)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정책 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네 번째)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정책 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소득주도성장 최대 피해자” 자영업자 돌려세우기 

야당은 자영업자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최대 피해자라며 민심 이반을 부추기고 있다. 여권에 등을 돌리게 해 반사효과를 누리는 것은 물론 부동층도 포섭하겠다는 것이 야당의 전략이다.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과 5인 미만 사업장 지원책으로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근로시간 단축 단위기간 확대를 주장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달래고 있다.

한국당은 특히 추석 전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시장경제 중심의 새 성장 모델을 발표해 자본층 표심을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직후 소득주도성장을 국가주의로 규정하며 자본층을 자극한 바 있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양 끝의 25%의 표는 정해져 있고, 이들을 뺀 50%는 먹고 사는 문제로 표를 준다”며 “이들이 동요하면 다음 선거에는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 격돌이 단순한 정책대결을 넘어 차기 총선을 의식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층의 한 축인 자영업자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를 자영업자 표심 잡기의 1차 관문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정기국회 개원을 앞둔 지난달 31일 소득주도성장 관련 메시지를 내놓고 선명성을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예산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정기국회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보수 진영의 공세로 치열한 100일 전투가 될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촉구 긴급 간담회’에서 “일년 만에 정책 실패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 번 해봐서 안 될 것 같으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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