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마다한 박보영 전 대법관, 내달부터 ‘시골판사’로

박보영 전 대법관. 뉴스1

박보영 전 대법관(57ㆍ사법연수원 16기)이 퇴임 대법관으로는 처음으로 판사로 신규임용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1심 소액사건을 담당하게 됐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1월 퇴임한 박 전 대법관을 다음달 1일자로 법관으로 임명하고 원로법관으로 지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전남 순천 출신인 박 전 대법관은 지난 6월 법원행정처를 통해 대법관으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싶다며 전남 여수 시ㆍ군법원 판사에 지원한 바 있다.

변호사로 활동할 경우 고액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대법관 출신 전관이 시ㆍ군법원 판사를 지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시ㆍ군법원은 2000만원 미만 소액심판 사건이나 즉결심판 사건 등을 다루는 소규모 법원이다.

법원은 1995년부터 법조 경륜이 풍부한 원로 법조인들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의미로 시ㆍ군판사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2월부터는 법원장을 지낸 고위법관 중 희망자를 원로법관으로 지명해 시ㆍ군법원 재판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다만 시ㆍ군법원 전담을 전제로 판사를 임용하는 별도 제도는 현재 갖춰져 있지 않아, 대법원은 법관인사위원회 심사와 대법관회의를 거쳐 박 전 대법관을 법관으로 임명하고 원로법관으로 지명해 시ㆍ군법원 재판을 담당하게 했다.

박 전 대법관은 1987년 3월 수원지법 판사로 임명돼 17년간 재직하다 2004년 2월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2012년 1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에서 법리를 선언해온 퇴임 대법관이 1심 재판을 직접 담당해 신뢰가 높아질 뿐 아니라 상급심도 1심 재판을 더욱 존중하게 돼 분쟁의 1회적 해결에 기여하고, 통찰력과 경험을 살려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1심 소액사건에서 분쟁의 화해적 해결을 통한 합리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