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기만 했던 3일…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라요”

입력
2018.08.22 17:31
수정
2018.08.22 20:3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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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장수하세요’ 적어 흔들고

“오빠 잘 가요” 하트 문양 만들기도

24일부터 2회 차 행사 이어져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 한신자(99)씨가 북측 딸과 손을 창문에 맞대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 한신자(99)씨가 북측 딸과 손을 창문에 맞대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어머니, 어머니, 건강하시라요.”

한신자(99)씨의 북쪽 딸 김경실(72)ㆍ경영(71)씨는 어머니를 태운 버스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한씨는 버스 창문 너머에서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는 딸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꿎은 창문만 두드릴 뿐이었다. “울지 마라”면서 정작 본인이 울고 있는 한씨의 손엔 딸들이 준 사진들이 꼭 쥐어져 있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1회차 행사가 종료된 22일 남북 이산가족은 2박 3일의 꿈 같은 시간을 뒤로 한 채 다시 생이별을 해야 했다.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작별 상봉과 점심 식사를 한 뒤, 남측 이산가족들이 먼저 버스를 타러 나가고 북측 가족들이 배웅하는 것으로 행사는 끝났다.

팔순을 넘긴 북측 여동생 순옥(81)씨를 만난 김병오(88)씨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도 괜찮다는 듯 억지로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흰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버스 바깥에 서 있는 동생에게 양손으로 크게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순옥씨도 “오빠 잘 가요”를 외치며 오빠를 향해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북쪽 리광필(61)씨는 버스에 탄 남쪽 가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 미리 손바닥에 ‘장수하세요’를 적어오기도 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을 마치고 귀환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한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을 마치고 귀환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한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만남 시간은 당초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한 시간 늘었지만, 이들에겐 한없이 짧기만 했다. 오후 1시 연회장에 종료 안내 방송과 함께 ‘잘 있어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라는 가사의 노래가 연회장에 울려 퍼지자 가족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울기 시작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울부짖다 북측 보장성원(지원인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북측 아들 리상철(71)씨는 곧 헤어질 어머니 이금섬(92)씨를 차마 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응시했다.

남측 가족들이 먼저 연회장을 빠져나간 뒤 잠시 연회장에 대기하던 북측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북측 여성 접대원 일부도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정리했다. 20일 시작된 1회차 행사에 참가한 남측 이산가족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강원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24~26일에는 남측 주최로 2회차 행사가 같은 방식으로 열린다. 2회차 행사에서는 북측 이산가족(83명)과 동행 가족 등 337명이 남측의 가족을 같은 방식으로 상봉한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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