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항소심 ‘부정청탁’ 인정할까

입력
2018.08.23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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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정농단 사건 2심 선고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포괄적 청탁 인정 여부에 달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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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권력형 비리로는 사상 최고형을 선고받은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항소심 선고를 위해 다시 한 번 법의 심판대에 선다. 1심에서 유죄 또는 무죄로 판가름 났던 개별 혐의 판단이 항소심 선고에선 어떻게 달라질지가 최대 관심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오전 10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진 지 504일, 1심 선고 이후 140일만이다. 그러나 1심에서 구속 연장에 반발해 계속 재판 보이콧을 해온 박 전 대통령은 항소심 선고 법정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직권남용, 강요) 등 18개 혐의 중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62)씨 조카 장시호(39)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부분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의 관심 대목은 뇌물 혐의와 연관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포괄적 청탁의 인정 여부다. 이 쟁점은 재판부마다 판단을 달리하며 요동쳤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승계작업을 위한 청탁 유무를 가를 핵심 증거 중 하나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으로 부정 청탁을 했다고 봤다. 안 전 수석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기업총수들간의 면담에서 오간 내용 등을 빼곡히 담고 있어 제3자 뇌물수수죄의 핵심인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중요 증거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승계관련 청탁도 없었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들이 무죄로 바뀌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저작권 한국일보]박근혜 최순실 항소심 재판 쟁점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박근혜 최순실 항소심 재판 쟁점_김경진기자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한 명시적 혹은 묵시적 청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제3자 뇌물수수죄로 기소한 영재센터 지원금과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뇌물액에서 제외됐다. 이번 항소심에서 부정 청탁의 인정 여부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1심에서 인정된 금액(23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지고, 형량 또한 확 늘어날 수 있다. 동시에 같은 사건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만큼 논란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23)씨에게 준 말 세 필(살시도ㆍ비타나ㆍ라우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지도 관심거리다. 1심 재판부는 형식적으론 말 소유권이 삼성으로 돼 있지만, 실질적인 처분권한은 최씨가 가졌다고 보고 이를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말 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은 72억원인데, 삼성이 준 액수는 36억원으로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의 액수가 달라진 상황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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