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조우한 북미… 美성김, 北리용호에 ‘트럼프 답신’ 전달

입력
2018.08.04 18:02
수정
2018.08.04 18:49

공개석상서 건네 카메라에 포착

대화 동력 유지 위한 연출 가능성

폼페이오, 리용호 등 두드리기도

북미 양자회담은 불발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가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념촬영이 끝난 뒤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가가 서류봉투를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싱가포르=연합뉴스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가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념촬영이 끝난 뒤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가가 서류봉투를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싱가포르=연합뉴스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수행한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의문의 서류 봉투를 전달했다. ARF 계기 북미 양자 회담은 불발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ARF는 유일하게 북한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안보협의체다.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시작된 ARF 회의 자유토론 세션에서는 김 대사가 리 외무상에게 얇은 회색 서류 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달은 세션 도중 기념 촬영이 끝난 뒤 리 외무상을 비롯한 외교장관들이 단상 아래 의자에 착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두 사람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 속에서 김 대사는 리 외무상이 봉투 겉면을 살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현장 바로 옆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앉아 있었다.

리 외무상은 봉투를 받은 다음 왕 부장의 옆자리에 앉아 봉투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기도 했다. 봉투가 봉합돼 있지 않아 손쉽게 열어볼 수 있었을 듯하다. 봉투 두께로 미뤄 들어 있는 서류는 1~3장에 불과할 것으로 짐작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가 전달한 서류봉투를 확인하고 있다. 왼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싱가포르=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가 전달한 서류봉투를 확인하고 있다. 왼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싱가포르=연합뉴스

전달 직후 봉투 안 서류가 뭔지 추측이 분분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세안에서 내 북한 상대인 리용호 외무상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며 “우리 미국 대표단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해진 김 위원장의 세 번째 친서에 대한 답서라는 뜻이다. 답신에 담긴 메시지 경중과 상관없이 취재진이 몰리는 시점을 택해 공개석상에서 봉투를 전달한 데에는 일부러 전달 모습을 노출해 북미 간 대화 모멘텀(동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은 이날 외교장관 기념 촬영 직전 단상 위에서 조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자 두 사람은 웃으며 악수했고,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리 외무상의 등을 두드리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념촬영을 준비하면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념촬영을 준비하면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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