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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천재화가 이인성 벽화거리… 이채원씨 “아버지를 대중에 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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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이천동 캠프헨리 자리에
그림 10점이 타일벽화로 새겨져
“이인성 미술학교 짓는 게 꿈”
“지붕 없는 미술관이 대구에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거리에서 아버지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지난 24일 대구 남구 이천동 캠프헨리 일원에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아소 이인성(1912-1950) 선생의 벽화거리가 탄생했다. 이인성은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 창덕궁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일찍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으나 39세였던 1950년 검문 경찰과 시비 중 총기오발로 요절했다.
길이 25m, 높이 2.2m의 이 담장에는 이 선생의 대표작 ‘해당화’와 ‘가을 어느 날’, ‘카이유’ 등 10점의 작품이 타일벽화로 새겨졌다. 미군부대로 인해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며 낙후됐던 이 동네가 관할 남구의 테마거리로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이날 이천동 테마거리 1단계 조성사업 완공 기념행사에는 이인성 선생의 아들이자 ‘이인성 기념사업회’ 회장인 이채원(68)씨가 참여해 직접 작품을 설명했다. 행사에는 이인성 기념사업회 홍보대사이자 이 회장의 친구인 배우 안성기씨와 조재구 남구청장, 홍대환 남구의회 의장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 행사에 참가하신 분들께 ‘이인성 작품을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무 응답도 없어 슬펐다”는 이 회장은 “이국적인 취향과 화풍의 아버지 그림은 부르주아적 개성의 그림으로 높게 평가를 받지만, 역설적으로 소수층만 즐기는 마니아ᆞ엘리트 그림으로 인식되면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그림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태어난 지 50일 만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건 채원(彩園)이라는 이름뿐 이었지만, 이름보다 ‘이인성 아들’이라고 불릴 때가 더 많았다. 이인성 아들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이 회장은 2012년 이인성 기념사업회를 설립해 학술편찬과 전국학생 수채화 공모전 개최 등 기념사업, 아소장학회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도 2016년 12월 중구 북내동 종로초등학교 뒤편 이인성 고택을 매입, 복원을 추진하면서 사업회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인성화백 유작 환수 위원회’도 발족했다.
“대다수의 아버지 작품은 소수 재벌미술관과 기관에 소장 및 보관되고 있어 일반 미술애호가는 물론 학술연구자들조차 원작에 접근하기 어려워 심도 있는 작품 연구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이 회장은 “완성된 작품은 문화적 자산으로, 공공의 재산인 만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버지 시대 근대작가들에 대한 애정도 깊다. “아버지가 나고 자라며 사랑했던 대구를 방점으로 근대미술을 부흥시키고 싶다”는 그는 “이상화 박태준 윤복진 등 뛰어난 대구의 근대문화 예술가를 통해 ‘예술도시 대구’를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아버지가 1935년 고향인 대구에 ‘이인성 양화연구소’를 설립해 후배 양성에 앞장선 것처럼 대구에 ‘이인성 미술학교’를 지어 대구 근대미술의 중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구=윤희정기자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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