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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차질 사태가 박삼구 회장의 갑질 경영 비판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는 하청업체가 하루 2만5,000식에 이르는 기내식 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1일부터 항공편 출발이 지연되고 기내식 없이 비행하는 비상상황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나 직원들이 ‘침묵하지 말자’는 채팅방을 열어 하청업체 불공정 거래, 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박 회장의 회사 수익 빼돌리기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6~8일에는 폭로 집회도 열 계획이다.

아시아나 안팎의 지적처럼 기내식 사태 역시 갑질 횡포가 촉발했다고 의심할 만하다. 아시아나는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 오던 업체와 지난달 계약을 종료한 뒤 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 박 회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를 품질, 단가 등 계약조건을 종합 비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매입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업체는 “사실상 20년 무이자로 돈을 빌려 달라는 것이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기내식 준비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 압박을 견디지 못해 대표가 목숨을 끊은 최종 포장 재하청업체는 30분만 공급이 늦어도 가격의 절반이 깎이는 상식 밖 조건의 계약을 했다. 3개월 단기 거래이기는 하나 애초 공급 능력이 안 되는 중소 기내식업체와 맺은 계약 자체가 무리였다는 게 중론이니 그 배경에 또 무슨 꿍꿍이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가 비상식적 언행과 갑질로 도마에 올라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잇따른 고발을 계기로 공정위와 검찰, 관세청 등이 조사를 진행하자 불법 혐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다. 아시아나도 기내식 대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 박 회장이 그룹 경영권 유지에 급급해 항공기 정비 투자를 진작부터 소홀히 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갑질 관행을 고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시아나에 대한 당국의 전반적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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