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의 시 한 송이] 의자는 생각한다

입력
2018.06.28 20:00
29면

인간의 발명품은 인간에서부터 비롯되지요. 편리성을 넘어 인간의 거울이기도 한 셈이지요. 인간을 알고 싶으면 인간이 만든 사물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방법이지요. 의자는 인간을 많이 닮았지요. 의자가 기능을 하지 않을 때, 즉 비어 있을 때, 의자는 생각하는 자세지요. 생각에 몰두는 한 곳에 멈춤이니까요.

저는 이른 아침의 카페를 좋아해요. 하루의 공기가 데워지기 전 카페의 많은 의자들은 ‘생각한다’의 자세지요. 거기에서 인간의 ‘생각한다’를 만나게 되지요. 빈 의자에서 “삶의 절반 동안 기억해야 할 일들을 만들고/나머지 절반 동안은 그 기억을 허무는 데 바쳐”지는 인간의 일생을 대면하게 되지요. “아무도 모르고 지나친 생일을 뒤늦게 깨닫고는 다음해의 달력을 뒤적거”라는 우리의 등, 우리의 안도 보게 되지요.

덴마크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인 아르네 야콥센이 만든 의자 중에는 백조 의자가 있지요. 팔걸이가 날개처럼 생겼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꽃처럼 보이지요. 날개 속에는 꽃이 들어 있는 것이지요. 문득 문득 빈 의자, 즉 생각하는 의자를 물끄러미 볼 일이에요. 의자 위 물음표가 생겨나면, 문 닫을 시간이 닫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구름의 유연성을, 수평선의 유기적 형태를 발견하게 되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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