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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ATM 같이 쓰자” 편의점에 잇단 러브콜

입력
2017.12.12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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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이용률 떨어져 애물단지

2년새 운영 대수 3000개 줄어

신한은행, GS25 ATM 이용 때

은행 수준으로 수수료 할인

은행권 비용 30% 절감 효과

편의점은 고객 유인 ‘윈윈’

갈수록 커지는 ‘유지비용’ 탓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에 골머리를 앓던 은행권이 전국적으로 더 촘촘한 ATM망을 갖춘 편의점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편의점으로선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은행으로선 아까운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사들의 자동화기기 운영 대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현금자동지급기(CDㆍ출금만 가능)를 포함한 금융사 ATM(입출금 가능) 수는 2014년 약 8만5,900대에서 지난해 말 7만9,700대로 2년 사이 6,000대 이상 줄었다. 특히 줄어든 ATM의 절반 가량은 시중은행(3만600대→2만7,500대)의 몫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높은 유지비용에 비해 ATM 이용률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은행 ATM은 한 대 당 매년 166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ATM조차 은행 입장에선 애물단지가 되고 있지만 노인 등 금융거래 취약계층을 생각하면 아예 없애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최근 편의점 ATM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체 지점과 ATM을 줄여나가는 대신 도서산간 지역까지 탄탄한 ATM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편의점을 통해 대 고객 서비스는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금융사 ATM과는 반대로, 편의점 등에 설치된 밴사업자 운영 ATM 수는 2014년 3만6,300건에서 지난해 4만600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들은 일정 수수료를 밴사업자에게 내고 자사 고객들이 편의점 ATM을 사용할 경우 수수료를 할인ㆍ면제해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10만원 이하를 송금ㆍ출금해도 900~1,300원에 달하는 비싼 편의점 ATM 수수료를 은행 수준(무료~600원)으로 낮춰주는 식이다. 은행권에선 이렇게 해도 자체 ATM 운영 때보다 비용을 30%는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GS리테일과 협약을 맺고 ‘신한 고객’의 GS25 편의점 ATM 이용 수수료를 신한은행 ATM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췄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GS25에 있는 노틸러스효성 ATM에서 우리은행 ATM과 동일한 이용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최근 지점 통폐합을 진행한 한국씨티은행 고객은 세븐일레븐 ATM을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별도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일찌감치 편의점과 손을 잡은 상태다. 케이뱅크는 GS25, 카카오뱅크는 CU와 세븐일레븐 ATM에서 한시적이지만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소비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리포트의 설문조사 결과 편의점 ATM을 사용하는 인터넷은행의 송금ㆍ출금 수수료 만족도(5점 만점에 4.04점)는 시중은행(2.75점)보다 높았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카카오뱅크는 당초 올해 말까지였던 ATM 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체 ATM을 설치할 계획은 없다”며 “편의점 ATM을 이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ATM 구애가 편의점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신한ㆍ우리은행과의 제휴 이후 다른 은행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고객들이 입출금을 위해 방문했다가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는 연관구매도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산업간 협업 형태”라며 “은행과 편의점의 기존 정체성이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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