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효과? ‘빼앗긴 들’에 볕든 연말 공연 시장

입력
2017.12.07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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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가수 나훈아(사진 위)와 남진.
1970년대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가수 나훈아(사진 위)와 남진.

“당신들 제정신이야?” 공연기획사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11월 “지금 나라가 이 지경인데 공연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전화를 수차례 받아 속을 썩었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어수선한 시국에 가수들이 춤추며 노래하는 공연을 삼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항의 전화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다. 공연을 연기, 취소하라는 전화가 빗발쳐 난감했다.

지금 상황은 180도 변했다. A씨가 일하는 공연 기획사의 올해 11월~12월 콘서트 티켓 판매 예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공연 시장의 대목인 11월~12월에 겪은 극심했던 ‘보릿고개’를 올해 딛고 일어선 것이다.

지난해 연말 꽁꽁 얼어붙었던 공연 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올 봄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연말 공연 시장에도 활력이 도는 모양새다.

6일 공연 티켓 인터넷 예매처인 예스24에 따르면 11월 콘서트 티켓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5%가 늘었다.

‘트로트 황제’ 나훈아의 복귀도 호기로 작용했다. 7월 앨범 ‘드림 어게인’으로 11년 만에 복귀한 나훈아는 지난달 서울과 부산 등에서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중년 콘서트 시장에 불을 지폈다. 이 열기가 다른 중견 가수들의 공연에까지 옮겨 붙어 시장을 키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37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해 활동을 재개한 정미조가 10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젊은 날의 영혼’ 콘서트를 여는 등 중장년층의 눈길이 가는 공연이 많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정미조 콘서트 포스터. JNH 제공
정미조 콘서트 포스터. JNH 제공

50대 이상 가수들의 공연을 주로 기획하는 공연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남진을 비롯해 이미자, 심수봉 등 중년 가수들의 12월 공연 티켓 예매 현황도 예년과 비교해 더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나훈아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해 ‘불효자’라고 자책했던 이들이 올 연말 중년 가수들의 공연시장에 뛰어든 덕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남식(41)씨는 “나훈아 공연 티켓을 못 구해 마음에 걸렸다”며 “부모님이 이미자도 좋아해 이번엔 꼭 표를 구해드리고 싶어 예매했다”고 말했다.

모처럼 ‘봄’을 맞은 중년 콘서트 시장과 더불어 이달 빅뱅을 비롯해 하이라이트, 방탄소년단, 비투비 등 굵직한 대형 아이돌 그룹이 잇따라 공연을 앞두고 있어 연말 공연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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