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법 허점 악용... 중고시장에 벌써 뜬 ‘아이폰X’

입력
2017.11.02 04:40
21면

美ㆍ日 등 1차 출시국 ‘아이폰X’

예약화면 첨부해 고가로 판매

전파 인증을 받아야 유통 가능

판매목적 직구는 법 저촉 소지

사용목적 땐 1인 1대 비용면제

법 기준 애매해 단속도 어려워

아이폰X.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아이폰X. 애플 홈페이지 캡처
1일 국내 유명 중고거래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아이폰X을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중고나라 캡처
1일 국내 유명 중고거래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아이폰X을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중고나라 캡처

“10월 27일 예약 완료된 일본판 아이폰X(텐) 256기가바이트(GB) 모델 4대 판매합니다. 11월 6일부터 서울 직거래 가능하고 가격은 200만원입니다.”

국내 유명 중고거래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1일 오전 게시된 글이다.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아이폰X을 해외에서 직접 들여와 거래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당국이 난감해하고 있다. 아이폰X의 경우 아직 국내 유통을 위한 전파인증을 받지 않아 판매를 목적으로 해외직접구매(직구)를 할 경우 현행법 저촉 소지가 있고 안전성 문제 등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관련법이 허술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중고나라에 게시된 아이폰X 판매 글은 이날 오전에만 8건을 포함해 최근 일주일 동안 33건에 달한다. 64GB는 160만~170만원, 256GB는 200만~22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미 거래를 마친 경우도 상당하다. 국내 출고가(64GB 142만원ㆍ256GB 163만원)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최근에는 256GB를 40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국내 유명 중고거래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아이폰X을 40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클리앙 캡처
최근 국내 유명 중고거래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아이폰X을 40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클리앙 캡처

한국은 아이폰X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국내 정식 출시를 늦으면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아이폰X을 빨리 사고 싶어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판매자들은 3일 정식 출시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1차 출시국에서 아이폰X을 예약한 뒤 예약 확인 화면을 첨부해 글을 올리고 있다. 판매금액 전부나 일부를 먼저 받는 식으로 구매 예약을 받고 아이폰X이 한국에 도착하면 구매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가 전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파법상 전파를 이용하는 모든 기기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적합성 인증을 받아야 유통할 수 있다. 기기 간의 전파 혼신을 막고 전자파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전파 인증에 드는 비용은 기기 종류마다 다르지만 고가 스마트폰의 경우 약 3,300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개인이 부담하기는 불가능하다. 해외직구 활성화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2011년부터 구매자가 직접 사용하기 위해 반입하는 기기는 1인 1대에 한해 전파인증을 면제해 주기 시작했다.

사용 목적이 아닌 판매용으로 직구한 아이폰X은 전파 적합성 미인증 적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단속에 나설 수도 없다. 적발된다 하더라도 본인이 쓰려고 직구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중고로 내놨다는 식으로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함부로 조사에 나섰다가 해외직구 편익을 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정영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기반과장은 “규정에 개인 사용 목적에 한해 전파 인증을 면제한다고 명시돼 있어 의도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들여왔다면 불법성이 있다”며 “하지만 또 규정에 인증 면제는 평생 사용을 전제로 한다는 내용은 없어 법 적용이나 해석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받지 않은 다수의 기기가 유통되는 걸 막으려는 법의 취지와 국민 편익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문제”라며 “미인증 기기 단속 기관에서 관련 실태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