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세일러,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규명

입력
2017.10.09 21:19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유명

‘경제 주체는 합리적’ 가정 이론에 반기

비이성적 행동 탐구에 선구적 업적

“상금, 불합리하게 쓸 것” 조크

리처드 세일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AFP연합뉴스
리처드 세일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AFP연합뉴스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의 선구자 리처드 H.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에게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세일러 교수는 개인의 의사 결정에 관한 경제학과 심리학적 분석 틀 사이에 가교를 놓았다“며 “제한된 합리성과 사회적 선호 및 자제력의 결여가 개인의 결정과 시장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세일러 교수는 전통 경제모델에선 설명하기 힘든 사람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탐구하는 행동경제학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거쳐 현재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주류 경제학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ㆍ사회ㆍ생리학적 관점에서 규명해, 경제주체들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일 뿐이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한다. ‘준합리적 경제이론’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수상의 공을 세일러의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돌리기도 했다.

세일러 교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넛지’(2009년)와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ㆍ1992년)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넛지에서 ‘옆구리를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는 넛지의 사전적 의미를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발전시켰다. 독일의 한 자동차 업체가 에스컬레이터 옆에 밟으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을 설치해 걸어 올라가는 사람의 비율을 늘린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이들의 위생을 위해 비누로 손을 계속 씻다 보면 그 안에 있는 장난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캠페인 등이 넛지를 활용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세일러 교수가 유행시킨 또 하나의 용어인 ‘승자의 저주’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고도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결국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는 최근 저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원제 The Making of Behavioral Economicsㆍ2015년)에선 불완전한 인간의 잘못된 선택과 그 해결책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가령 자동차를 살 때 이성적 판단으로 차종을 선택하고도 정작 막판에는 세일 광고에 넘어가 결정을 쉽게 바꾸는 경우 등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이날 수상자로 선정된 뒤 노벨위원회와의 통화에서 "기쁘다”며 “경제 행위자는 사람이고, 경제 모델은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전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을 어떻게 쓰겠냐’는 질문에는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가능한 한 ‘불합리하게’ 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노벨경제학상은 스웨덴중앙은행이 1968년 제정한 상으로 정식 노벨상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른 원칙에 의거해 스웨덴왕립과학원이 선정해 시상한다. 상금은 900만크로나(약 12억 7,000만원)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리처드 H. 세일러(Richard H. Thaler)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리처드 H. 탈러’로 써야 하지만 본인이 미국 발음으로 ‘세일러’가 맞다고 한 점을 감안해, ‘세일러’로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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