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수상은 좌초됐지만 일본계 노벨문학상에 日열도 들썩

입력
2017.10.0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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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긴급편성해 속보로 전하고 있는 일본 방송 화면. 도쿄=박석원 특파원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긴급편성해 속보로 전하고 있는 일본 방송 화면. 도쿄=박석원 특파원

일본계 영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본 열도가 들썩거렸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노벨문학상 등극이 또다시 좌초된 아쉬움을 말끔히 해소한 쾌거라며 일본 사회가 열광하고 있다.

5일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속보를 내보내며 국가적 축제로 흥분하고 있다. NHK 등 주요 방송에선 수상자의 영어 인터뷰 장면을 동시통역하며 일제히 수상소식을 생방송으로 전달했다. 교도(共同)통신도 이시구로 작가의 수상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작가와 일본의 인연, 과거 인터뷰, 시민들의 반응 등을 자세히 전했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태어난 이시구로 작가는 5살 되던 해 아버지가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직하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일본계이긴 하지만 그는 현대 영미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다. NHK는 수상 직후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의 출생지인 나가사키를 포함해 거리 시민들의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서점의 분위기를 소개하며 수상 발표가 나오자마자 작가의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쿄 신바시(新橋)역의 한 남성은 “일본인으로서 자랑이다. (작품을) 읽은 적은 없지만 읽고 싶다”고 말했으며, 나가사키의 시민은 “나가사키 출신이 노벨문학상을 타서 자랑스럽다. 두근두근하다”고 기뻐했다. NHK는 도쿄 신주쿠(新宿)의 서점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 서점이 수상 발표 직후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을 모은 코너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해당 서점은 당초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되던 무라카미 하루키 코너를 마련했지만, 수상자 발표 이후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을 급히 모아 전시하고 있다.

5일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일본 도쿄의 한 서점에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이 한데 전시돼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5일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일본 도쿄의 한 서점에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이 한데 전시돼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NHK는 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 장면을 편집해 방송하기도 했다. 이시구로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일본에 와서) 거리를 걷고 식사를 하니 어릴 적 일본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며 “다른 나라에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일본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사전 예상에서는 상위에 오르지 않았던 나가사키 출신 영국인 소설가가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하며 “당연히 수상해야 할 작가인데, 좀처럼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었다”는 출판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 서점 관계자는 “예상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였었다. 수상자 이름을 듣고 재고를 검색하고 있다”고 새로운 준비로 분주했다. 아사히신문 등은 신속하게 호외를 만들어 주요거리에서 배포했다. 아사히는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 중 ‘창백한 언덕 풍경’(1982년)과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년)이 일본을 무대로 하고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그가 일본어는 못하지만 일본 영화를 좋아해 일본 영화 감독 오즈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이날 이시구로 작가의 수상 소식과 관련해 “일본에도 많은 팬이 있다. 함께 축하하고 싶다”고 코멘트를 발표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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