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상소위원 포기할 만큼 적임자인가… 통상교섭본부장에 김현종 교수 임명 논란

입력
2017.07.30 18:20
구독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30일 임명된 신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이미 한차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당시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로드맵을 만들었고, 2006년 2월 미 의회에서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2007년 7월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기까지 협상을 이끌었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한미 FTA 개정협상 요구 등 통상압박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게 정부의 평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경제통상 전문가로, 주요국 FTA 체결 경험과 노하우를 갖춰 당면 통상 현안을 차질 없이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물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에서도 김 본부장의 임명에 대해 지지입장을 밝혔다.

통상교섭본부장은 대외적으론 ‘통상장관’으로 호명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급으로 청문회 절차가 필요 없다. 이에 따라 김 신임 본부장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의 FTA 개정 협상 요구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통상문제 등 긴급 현안을 진두 지휘하게 된다. 승격조직인 통상교섭본부를 안착시키는 작업도 함께 맡게 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너무 친미적이고, 친기업적이란 비판이 진보진영과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금도 한미 FTA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미국 측에 유리한데도 미국은 사실과 다른 손익계산서를 내밀며 과도한 요구를 하는 상황”이라면서 “김 본부장이 그 동안 보여준 협상 자세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국익을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농민단체들 역시 그가 “농민들의 희생 위에 FTA협상을 이끌었다”는 점을 들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김 본부장의 임명을 위해 어렵게 얻어낸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WTO 상소기구는 WTO 분쟁의 최종심(2심)을 담당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WTO 상소기구 내 우리나라 위원의 유무는 국내기업들의 국제 통상이익을 보호하는데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WTO 상소기구 위원은 통상 연임되는데 장승화 전 위원은 지난해 5월 WTO의 세탁기 반덤핑 판결에 불만을 품은 미국의 반대로 1차 임기만료와 함께 물러나고 말았다. 이후 우리 정부는 전방위 노력을 통해 김 본부장을 지난해 11월 상소위원으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석이 된 상소기구 위원 자리에 우리나라 인사가 또다시 선임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1985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월가의 로펌 변호사와 동양인 최초 및 최연소 WTO 수석법률자문관 등을 지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파격 발탁으로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2008년 주유엔 대표부 대사를, 2009~11년 삼성전자 해외법무 책임자(사장)를 맡았고 2015년 한국외대 LT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