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을 아내 자유 위해”… 류샤오보의 순애보

입력
2017.07.10 20:10

“류샤 때문에 해외 치료 원해”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라온 류샤오보-류샤 부부 사진. 둬웨이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라온 류샤오보-류샤 부부 사진. 둬웨이

간암 말기로 목숨이 경각에 달한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ㆍ61)의 눈물겨운 순애보가 감동을 주고 있다. 그가 해외치료를 고집하는 건 다름 아닌 자신과의 사별 후 남겨질 아내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라고 한다.

영국 BBC는 9일(현지시간) 류샤오보의 친구를 인용해 “류샤오보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가 해외치료를 고집하는 것은 자신이 죽더라도 아내는 해외에 남아 자유롭게 살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친구는 특히 “류샤오보는 자신이 죽은 뒤 아내 류샤(劉霞)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고 있다”면서 “아내를 반드시 해외로 빼내는 것이 그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류샤오보가 6세 연하의 류샤를 만난 건 1996년이었다. 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사태 당시 중국 당국에 검거돼 20개월 동안 비밀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출소한 뒤였다. 유망한 젊은 시인이자 화가였던 류샤를 만난 후 류샤오보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오롯이 한 여자에게 응축돼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하곤 했다.

부부는 96년 베이징 톈안먼 인근에 신접살림을 차렸지만 류샤오보는 항상 당국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류샤의 생일날 친구들이 술 두 병과 케이크를 사 들고 집으로 찾아왔을 때 폭발물일 수 있다며 공안이 반입을 금지했을 정도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발표를 준비하던 중 발각돼 이듬해 11년 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감옥에 수감됐다. 2010년 류샤오보가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류샤는 해외언론과의 접촉을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가택연금 조치를 당하면서 면회도 갈 수 없게 됐다.

결국 이들이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건 류샤오보가 올해 초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후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류샤와 재회하게 된 류샤오보는 지금 아내에게 자유로운 공기를 ‘마지막 선물’로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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