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위독…마지막 출국 막은 중국 당국 책임론

입력
2017.07.07 17:47

간암 말기 치료 중 병세 급속 악화

지인들 “곧 샤오보 잃을 것 같다”

서방서 치료ㆍ임종 원했으나 불허

인권운동 탄압 비난 커질 듯

지난 6일 트위터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류샤오보의 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사진 속 류샤오보(왼쪽)가 부인 류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둬웨이 캡처.
지난 6일 트위터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류샤오보의 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사진 속 류샤오보(왼쪽)가 부인 류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둬웨이 캡처.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로 2010년 옥중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류샤오보(劉曉波ㆍ61)의 ‘마지막 순간’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이대로 사망할 경우 중국 정부는 인권탄압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ㆍ명보ㆍ빈과일보 등 홍콩 매체들은 7일 간암 말기 확진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류샤오보가 간기능 저하로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이며, 가족들은 의료진의 진단 결과를 전해 듣고 밤을 새우며 병상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에서 마지막 삶을 보내겠다고 요구했던 류샤오보는 중국 당국의 거부로 현재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중국의과대학 부속 제1병원에 머물고 있다.

류샤오보의 친구이자 시인인 예두는 “다가오는 24시간이 마지막 밤이나 아침이 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통지가 가족들에게 있었다”면서 “곧 샤오보를 잃을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그에 따르면 류샤오보는 지난 3일 복수를 뺀 뒤에 병세가 호전되는 듯했지만 5일부터 다시 악화했다. 류샤오보의 다른 친구인 모지수도 “가족들이 갑작스레 건강 상태 악화를 통보 받았다”고 확인했다.

류샤오보가 사망할 경우 그동안 그에게 가해진 인권탄압이 재론되면서 중국 정부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와 가족들이 치료를 위해 요구했던 해외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베이징(北京) 주재 서방 외교관들과 국제앰네스티(AI)ㆍ휴먼라이트워치(HRW)ㆍ국제기자연맹(IFJ) 등의 류샤오보 출국 허용 요청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철저히 외면해왔다.

1955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류샤오보는 1984년 베이징사범대 중문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 강단에 섰고, 체제 비판적 문학비평 활동으로 ‘문단의 흑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1989년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학자로 체류중에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사태가 발발하자 즉시 귀국해 왕단(王丹) 등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이끌다 반혁명 선전선동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톈안먼 시위 지도부 대부분이 해외망명을 택한 데 비해 류샤오보는 중국에 남아 지금까지 네 차례나 체포ㆍ구금되면서도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류샤오보는 2010년 랴오닝성 진저우 감옥에 수감된 상태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노벨상위원회는 ‘중국에서 근본적 인권을 위한 장기적이고 비폭력적인 싸움을 벌여왔다’고 평가했다. 옥중 노벨평화상 수상으로는 1935년 카를 폰 오시에츠키(독일), 1991년 아웅산 수치(미얀마)에 이어 세 번째였다. 그는 신중국 건국 이후 귀화ㆍ망명하지 않은 첫번째 중국인 수상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의 노벨상 수상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노르웨이에 무역보복을 강행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또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석방 요구에도 귀를 닫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월23일 류샤오보가 말기 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병원 치료를 허용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지난달 29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유튜브
지난달 29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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