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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그 가의 살인

입력
2017.04.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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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4.20

영국 화가 오브리 비어즐리의 1895년 '모르그 가의 살인' 삽화.
영국 화가 오브리 비어즐리의 1895년 '모르그 가의 살인' 삽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이 1841년 4월 20일 그가 부주간으로 일하던 ‘그레이엄스 매거진(Graham’s Magazine)’에 발표됐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의 철학콩트 ‘자디그 Zadig’(1747) 등을 앞세우는 이들도 이도 있지만, 다수는 ‘모르그’를 본격 근대 추리소설의 효시로 꼽는다. 포의 탁월한 추론가(탐정) 오귀스트 뒤팽(Auguste Dupin)이 그 작품을 통해 데뷔했고, 추리소설의 원형적 서사 기법이 또 거기서 탄생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활약하던 19세기 말 이전, 그러니까 탐정이란 말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던 시절의 뒤팽은 전문 탐정이라기보다는 지적 퍼즐 풀이에 심취한 추론가다. ‘모르그’의 명문장 중 하나로 꼽히는 도입부의 이런 문장, “제대로 추론했는지보다 정확하게 관찰했는지에 따라 손에 쥐는 정보에는 수준 차이가 생긴다.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은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분석가는 자신에게 어떤 한계도 두지 않는다. (카드 게임을 할 경우) 게임 자체가 목적이라 할지라도, 게임 외적인 것이 주는 정보를 절대 마다하지 않는다”같은 문장은 당대의 과학 정신이 압축돼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포는 앞서 ‘낸터킷의 아스 고든 핌의 이야기’(1838) 등을 통해 SF소설 기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두뇌 천재들이 흔히 그렇듯, 뒤팽은 은둔적이고 사교적이지도 못하다. 그런 그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화자 ‘나’와 친구가 돼 우연히 신문을 통해 알게 된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추리를 시작하고, 그의 불친절한 추리 여정을 화자가 관찰자로서 해설해주는 기법은 홈즈와 왓슨의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포는 미국 최초의 전업작가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태어난 이듬해 아버지가 집 나가고 이듬해 어머니까지 숨지면서 고아가 된 그는, 부유한 상인 부부에게 사실상 입양됐지만, 청소년기부터 내내 양부모와 불화하며 대학(버지니아대)도 중퇴했다. 그는 잡지에 시와 산문을 기고해 원고료로 먹고 살았고, 내내 가난했고, 말년까지 공무원이 되고자 지인들에게 청탁을 하고 다녔다. 아마도 그는 스스로를 무직자로 여겨, 자신이 험난한 전업 작가의 첫 길을 여는 중이란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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