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최순실 은닉재산 찾아라” 역외탈세 추적 전문가 영입

입력
2016.12.23 18:02

이규철 특검보 “제보 많다”

독일 검찰이 자료 보내오면

구체적으로 조사 나설 듯

우선 독일ㆍ리히텐슈테인 등에 있는

500개 페이퍼컴퍼니 파악 주력

대통령과 연관성 드러날지 주목

지난 19일 오후 국정농단사건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들어서고 있는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9일 오후 국정농단사건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들어서고 있는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일가가 수조원대 차명 재산을 해외에 은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본보 22ㆍ23일자 1면)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역외탈세 추적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 수사로 최씨의 재산과 박근혜 대통령의 연관성이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근 제기된 최순실씨 등의 재산 의혹 수사를 위해 재산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역외탈세 조사에 밝은 국세청 간부 출신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최씨의 재산은닉 의혹과 관련해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독일 사정당국으로부터) 자료가 입수되면 구체적으로 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씨 일가의 불법적 재산형성 및 은닉 의혹이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이긴 했지만 최근 최씨가 5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최대 10조원 상당의 재산을 유럽 각국에 숨겼다는 중요 첩보가 입수됨에 따라 수사 인력을 보강하기로 한 것이다. 이 특검보는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20)씨를 지원하기 위해 280만유로(한화 37억여원)을 송금한 독일 비덱스포츠에서 자금 업무를 담당했던 장모씨에 대해서도 “수사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특검이 영입한 역외탈세 추적 전문가는 이광재(48) 전 국세청 역외탈세담당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대(7기) 출신인 이 전 담당관은 국세청 조사국 국제조사과 사무관, 역외탈세전담센터 팀장, 국제조세담당관실 역외탈세 담당관 등을 지낸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특검은 우선 독일, 영국,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지에 최씨와 조력자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내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은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거나 세율이 낮아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손꼽힌다. 영국은 최씨가 11월 전격 귀국하기 직전 거쳐온 곳으로 최씨의 재산은닉 경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은 사법공조를 통해 독일 검찰로부터 최씨 일당의 차명재산 내역 등을 입수하는 대로 국내에 있는 최씨 관련 법인들과의 자금 거래 흔적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재산이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알려진 최씨 일가의 자산과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이 특검 수사로 확인될 경우 대통령과 최씨와의 유착관계의 본질이 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이날 정씨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여대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2014년 4월 정씨가 승마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별도 훈련장을 제공하고 150만원 상당의 관리비를 면제해 준 마사회 관계자들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정씨의 (독일 내) 소재지 파악을 위해 관련 기관과 협조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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