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김한수 행정관이 준 PC로 정호성 비서관이 작성한 문서 봤다

입력
2016.10.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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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전달받은 태블릿PC

김한수가 세운 회사 ‘마레이’명의

崔 카톡에 측근들과 대화 흔적

朴대통령 연관 이메일 주소도

문건 작성자 아이디는

‘문고리 3인방’ 정호성의 것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44건 등 국무회의 모두발언, 대선 유세문, 당선 소감문 등의 각종 발언 자료를 실제 연설 전에 받아봤으며,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이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4일 최씨의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을 공개한 방송 장면. JTBC 방송화면 캡쳐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44건 등 국무회의 모두발언, 대선 유세문, 당선 소감문 등의 각종 발언 자료를 실제 연설 전에 받아봤으며,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이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4일 최씨의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을 공개한 방송 장면. JTBC 방송화면 캡쳐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60)씨는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이 작성한 청와대 문서를,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이 제공한 태블릿PC를 사용해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26일 JTBC에 따르면 최씨가 청와대 문건을 전달받는 데 사용된 태블릿PC의 소유주는 ‘마레이컴퍼니’라는 회사이며, 이 회사의 대표는 현직 청와대 홍보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한수씨다. 2012년 4월부터 김씨가 운영한 마레이컴퍼니는 홍보이벤트,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 회사 목적 사업으로 기재돼 있다. 김 행정관은 ‘마레이’라는 닉네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입해 청년 정치를 강조하면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1월 7일 이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홍보미디어 본부 SNS팀장을 맡고,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근무 중이다. 청와대의 SNS와 인터넷 여론 관리 업무를 맡고 있으며, 한 동안 병가를 냈다가 최근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청와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었다는 보여주는 정황은 또 발견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에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최씨 측근들과 대화한 흔적이 남아 있고, 사진 폴더에는 최씨의 사진이 담겨 있다. 또, 태블릿에 남아 있는 이메일 주소 ‘greatpark1819’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 있다고 JTBC는 보도했다.

JTBC는 또, 이 태블릿에서 발견된 파일의 작성자로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지목했다. 이 태블릿에 보관된 파일 중 2013년 8월 4일 작성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용 청와대 내부 문건 작성자의 아이디는 ‘narelo’로, 정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 때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아이디다. 이 문서는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주제’라는 항목에 신문기사를 인용해 정부 간 협업을 강조하는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적혀 있는 등 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국무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8월 5일 최씨에게 전달된다. 이틀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실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JTBC는 정 비서관이 최씨와 상의해 최종 원고를 완성한 것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정 비서관의 아이디 ‘narelo’로 작성돼 최씨의 태블릿에 저장된 파일은 4개였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ㆍ대선후보 시절부터 메시지와 일정을 담당해 왔다. 박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대한 거의 모든 업무를 보좌하는 셈이다. 청와대ㆍ정부에서 올라오는 거의 모든 자료들이 정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 전달된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빠짐 없이 수행했으며, 정상회담 등 외교 행사에도 배석했다. 박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할 일이 가장 많고,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참모라는 얘기다. 정 비서관은 2,3일에 한 번만 집으로 퇴근할 정도로, 청와대 업무가 그에게 집중돼 있다.

서울 출신인 정 비서관은 1998년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보좌했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88학번으로,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동안은 그가 대학원 교수의 추천으로 박 대통령을 돕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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