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국 50여일… 崔 일가 잠적 누가 돕고 있나

입력
2016.10.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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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물 기관 조력說도 나와

강남 빌딩 등 수백억 자산 보유

도피 자금 충분히 확보 가능성

법무장관 "국제 공조로 소환 강구"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슈미텐 비덱타우누스 호텔. 현관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슈미텐 비덱타우누스 호텔. 현관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서 행방이 묘연한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제3의 인물이나 기관의 도움을 받아 잠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딸 정유라(20)씨 등과 함께 9월 3일 독일로 출국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된 후다. 이후 최씨 등이 입국한 기록은 없다. 의혹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최씨 등은 독일 거주지에서 황급히 흔적을 지우고 잠적했다. 다수의 언론이 최씨와 만나기 위해 독일에서 그의 행적을 쫓고 있지만 아직 누구도 접촉하지 못했다. 유럽 내에서는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서 다른 국가로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씨 일행은 최씨와 정씨, 정씨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 그리고 돌이 갓 지난 남자아이 등 최소 4명이고, 이들을 돕는 경호원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과 개 등 키우는 동물도 많았다. 이런 구성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가 어려운데도 장기간 이목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지 조력자 존재설에 힘을 싣는다. 최씨 모녀가 독일에서 페이퍼컴퍼니 ‘비덱 스포츠’와 ‘더블루K’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준 독일 교포 변호사 박승관(45)씨가 “최씨 측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씨는 1979년부터 6년 간 독일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독일 내 지인의 도움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호화 생활을 했던 이들이 도피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현지 조력자 도움이 절실하다. 최근까지 머물던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인근 단독 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것도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최씨가 출국할 때부터 충분한 자금을 준비했을 가능성은 있다. 최씨는 200억원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미승빌딩, 7억~10억원대로 평가 받는 강원 평창 7만여평의 땅, 지난해 4월 경기 미사리 음식점 부지를 팔고 받은 52억원 등 수백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지에 2,800억원대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최씨 자매들이 돈을 건넬 가능성도 있다. 재산이 넉넉한데다 현지 조력자까지 있을 경우 최씨 일행의 해외 잠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씨를)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국내로 소환하는 절차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여권 무효화 조치에 대해선 “외교부 사안인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상대 국가의 협조 여부에 따라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어 최씨가 자진 귀국하지 않으면 신속한 수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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