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도 손 대야” 목소리 커진다

입력
2016.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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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보다 단가 13% 저렴

밤 11시~오전 9시엔 원가보다 싸

“가정용 누진제로 대기업 지원

기업 전기 과소비 조장” 비판 불구

정부가 일부 산업용 전기를 가정용 전기 요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으로 국민들로부터 과도하게 걷은 재원을 사실상 대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고 결과적으로 산업용 전기 과소비만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4일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낮다. 실제로 한전이 판매하는 산업용 전기의 단가는 1㎾h 당 평균 107.4원으로 주택용(123.7원) 보다 13.1%이나 싸다. 정부는 2004년부터 10년간 주택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각각 11.4%, 76.2% 인상했지만 여전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더 싸다.

더구나 한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산업용 전기를 이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이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은 1㎾h 당 50~60원에 불과하다. 가정용 전기요금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는 산업용 전력 사용을 분산시키려는 취지로 도입된 ‘경부하요금’ 제도 때문이지만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단가(1㎾h 당 85원) 보다도 낮은 것이다. 최소한의 원가도 받지 못한 채 손해를 보면서 전기를 파는 셈이다. 같은 시간대 국민들은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도 못 켜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처럼 원가보다 싼 가격에 산업용 전기가 공급되자 과소비도 일어나고 있다. 석광훈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객원교수는 “전기요금이 너무 싸니까 심야 시간에 굳이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장도 불필요하게 작업을 해 분산이 아니라 오히려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 요금에 원가를 반영, 인위적인 수요가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개선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누진제 개편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산업경쟁력 악화 등을 우려, 개편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 전기보다 저렴한 편이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경우 기업들의 비용이 올라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발표한 11일 “산업용에 누진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들도 고압의 산업용 전기는 주택용과 달리 송배전 설비 등이 필요 없어 주택용 전기 보다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만큼 판매 단가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가정용뿐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 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사용량 중 가정이 사용하는 전기(주택용 전기)의 비중은 13%에 불과한 반면 산업용 전기는 57%나 된다. 산업용 전기에는 주택용 전기와 달리 누진제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상대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여전히 전기는 등유나 가스에 비해 싼 편”이라며 “기업들도 전기 사용을 자제하고 설비 효율을 높이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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