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정ㆍ산업용 용도별 전기료 체계 바꿔야”

입력
2016.08.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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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억제 위해 도입 불구

더 이상은 현실과 맞지 않아

美ㆍ日은 ‘전압별 요금’ 적용

누진제 구간 3,4단계로 줄이고

누진율은 2배 수준이 적절

전력 판매엔 경쟁 도입해야

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의 창문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열려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12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하기 위해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함에 따라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의 창문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열려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12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하기 위해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함에 따라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새누리당이 12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하기 위해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함에 따라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진제 단계와 배율부터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한 뒤 장기적으로 전력시장에 판매경쟁을 도입하는 근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서는 봄ㆍ가을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이 342킬로와트시(㎾h)인 4인 가구가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가량 켤 경우 전기요금이 30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정부가 뒤늦게 7~9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결정함에 따라 전기료 부담은 1만~3만원 가량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대부분 가정은 전기료 폭탄을 피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일반 가정에서 심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요금이 나오도록 누진제 구간을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 달간 쓴 전력량에 따라 1단계부터 6단계까지 단계별로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실제 쓴 전력량에 부과되는 요금)이 각각 달리 적용된다. 단계가 높을수록 요금이 올라가는데, 단계가 6개나 돼 전력량 차이가 조금만 나도 요금이 확 뛴다. 이에 적용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중간 단계 2개(3,4구간)를 하나로 통합해 총 5단계로 운영하는 방안이 가장 간단한 개선 방법으로 제시된다. 이번 기회에 총 3,4단계로 누진 단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함께 손봐야 할 부분으론 누진율이 지적된다. 1단계 전력량 요금은 ㎾h 당 60.7원인데, 6단계는 709.5원으로 11.7배나 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누진율이 2배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크다. 아래 단계 요금은 올리고 위 단계는 내려 누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아래 구간의 요금을 올리면 저소득층 가구가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게 된다는 데 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이런 저소득층 가구는 에너지바우처 제도 등으로 국가가 별도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12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하기 위해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함에 따라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뉴시스
9일 오후 서울 중구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12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하기 위해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함에 따라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뉴시스

가정용과 산업용, 일반용(상업용) 등 소비자 유형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정과 개인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는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은 전압별 요금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전압을 쓰느냐에 따라 필요한 송ㆍ배전 설비가 다르기 때문에 전기 공급 가격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를 기준으로 요금을 매기는 게 합리적이다. 캐나다처럼 용도별, 전압별 체계를 혼합 운영하는 것도 참조할 만하다.

전국에 동일한 요금체계가 적용되는 방식도 문제로 제기된다. 발전소 인근 지역은 전기 생산에 기여하는 만큼 할인 혜택을 받고, 발전소가 없는 지역엔 송배전에 드는 요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필요성은 10여년 전부터 수 차례 나왔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전력 공급을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공급되는 전기의 원가나 송ㆍ배전 비용 등을 한전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밝히지 않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데이터가 공개되고 다양한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전력 시장에 판매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전기 공급 총량을 늘릴지 말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기 전엔 어떤 제도도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발전소 추가 건설 등 국가 에너지 공급 체계에 대한 구조적 문제부터 솔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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