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 1만5,000원 절감… 1인 가구ㆍ저소득층엔 혜택 없어

입력
2016.08.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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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든 가구 혜택" 불구

1구간 368만 가구는 빠져

“이미 에어컨 사용 줄였는데…”

7월 소급 적용도 뒷북 비판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민이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며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민이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며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을 7~9월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도시 4인 가구의 경우 전기요금이 월 평균 1만5,000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월 평균 100㎾h 이하의 전력을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구와 1인 가구 등 368만 가구는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빗발치는 여론에 마지 못해 내놓은 한시적인 땜질 처방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가정이 한 달 동안 사용한 전력량에 따라 1구간(100㎾h 이하)부터 6구간(500㎾h 초과)까지 총 6개 구간별로 각기 다른 전력량 요금이 적용돼 계산된다. 높은 구간일수록 요금이 올라가, 6구간은 1구간 보다 11.7배 비싸다.

정부는 이번 한시적 개편안에서 6개 구간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각 구간에 해당하는 상한선을 50㎾h씩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7~9월 다른 구간은 그대로 둔 채 4구간(301~400㎾h)에만 3구간(201~300㎾h) 요금을 적용했던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한시적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2,200만 가구 모두 평균 19.4%의 요금 인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며 “703만 가구가 1,300억원의 요금 인하 혜택을 봤던 지난해 보다 올해는 수혜가구와 지원금액 모두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월 평균 전력을 100㎾h 이상 사용하는 가정은 기본적으로 모두 요금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100㎾h 이하를 사용하는 가정은 100㎾h 초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종전과 똑같이 1구간에 해당되는 만큼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이 100㎾h 이하로 1구간에 속하는 가구는 모두 368만4,000가구다. 전체 전기 사용가구(2,204만5,000 가구)의 16.7%나 된다. 6가구 중 1가구는 이번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그냥 구경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기요금 인하 혜택의 폭은 도시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력량(340㎾h)으로 가정해 계산할 경우 한 달 평균 1만5,048원이 된다. 340㎾h를 쓸 경우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서는 4구간(301~400㎾h)에 해당되지만 한시적 완화 조치 아래서는 3구간(251~350㎾h)에 편입된다. 이에 따라 기본요금은 2,250원(3,850원→1,600원) 인하되고, 실제 사용한 전력량에 부과되는 요금도 1만984원(5만7,396원→4만6,412원) 낮아진다. 부가세(10%) 및 전력산업기반기금(3.7%)도 1,814원 덜 낸다. 7~9월 3개월 적용을 받으면 총 4만5,144원의 전기요금이 절감된다.

정부의 뒷북 대책으로 효과도 반감됐다. 정부가 7월 전기요금에도 소급 적용한다고 방침을 밝혔지만, 시민들은 이미 7월에는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해 에어컨 사용을 자제했다. 우 차관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수긍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상대적으로 요금이 싸 형평성 논란을 빚은 산업용 전기나 일반용 전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우 차관은 “찜통더위에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누진제 개편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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